북한이 9일간 3차례의 무력시위를 감행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군사 행보를 용인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대화 국면에서 미뤄뒀던 무기체계 테스트를 몰아서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북미 실무협상이 곧 재개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북한이 이날 오전 2시59분, 그리고 3시23분께 함경남도 영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단거리 발사체를 2회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 단거리 발사체가 약 25㎞의 고도로 220여㎞를 비행했으며, 비행속도는 마하 6.9로 탐지됐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7월31일 발사한 것과 유사한 비행 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며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북한이 어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를 발사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어 추가적인 세부 제원 등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정밀 분석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최근 무력시위에 동원한 무기들은 모두 ‘신형’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로 대남 위력시위사격을 했고, 엿새 뒤인 지난달 31일에는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 그리고 이틀 만에 또다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된 지난달 25일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50여㎞의 고도로 600㎞를 비행했다. 북한이 방사포라고 밝힌 지난달 31일의 발사체는 30여㎞의 고도로 250여㎞를 비행했다. 이틀 뒤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또한 유사한 비행 특성을 보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신형 무기체계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무력시위를 사실상 용인하는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신형 방사포 사격 다음 날인 지난 1일 “북한과 외교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미 간 새로운 실무회담이 곧 열릴 것으로 믿는다”고 낙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작은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러한 무력시위를 계속 이어오고 있음에도 “단거리는 문제 없다”고 밝혔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북한의 최근 무력시위가 북미 간 약속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한 북한의 무력시위가 양측 간 협상에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의 양해 하에 그간 대화 국면에서 자제했던 신형 무기체계 성능 시험에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틀 만에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대미·대남 압박 차원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계획된 군사력 강화 차원에서의 기술적 필요성을 가장 높게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하계훈련 기간에 한미 연합훈련과 F-35A 도입 등을 빌미로 자신들의 신형무기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2018년에는 북미대화와 남북관계의 기대 속에 눈치 보느라 하지 못했던 하계훈련을 올해는 강행하며 군사력 증강, 군 사기 진작, 인민의 안보우려 해소 및 결속 등을 꾀하는 것”이라며 “내부 통치의 일환으로 시험사격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북한이 이처럼 신형 무기체계 시험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가 북미 실무협상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등의 계기마다 국방공업의 주체화와 현대화를 통해 국가방위력을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밝혀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재개하기에 앞서 지난 2017년 11월 이후 미뤄뒀던 첨단무기 체계 시험을 몰아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시험사격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밑 접촉을 이어온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 시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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