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테러지원국 재지정 후속조치”
유예기간 없이 이례적 당일 적용… 재계 방북단 등 3만7000명 해당
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이력이 있는 국민은 앞으로 미국을 여행할 경우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최장 90일간의 무비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지난해 남북 교류협력이나 정상회담 등을 목적으로 평양이나 개성, 금강산을 다녀온 한국인 중 공무원이 아니면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별도로 비자 심사를 받아야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5일(이하 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을 고시했다. 이례적으로 유예기간 없이 발표 당일부터 시행된다. 미 행정부는 “2017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뒤 (미국) 국내법 준수를 위한 행정조치로 후속 준비 절차가 완료돼 시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16년부터 이미 ESTA 제한 적용을 받았던 7개 대상국(이란 이라크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과 함께 묶이게 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1년 3월 1일 이후부터 지난달 31일까지 통일부의 방북 승인을 받은 사람은 3만7000여 명이다. 이번 조치로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기업인도 ESTA를 통한 비자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4월 평양에서 예술단 공연을 한 가수 조용필 윤상 백지영 서현 씨와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들도 무비자로 미국에 갈 수 없게 된다.
공무원 신분으로 공무 수행을 위해 방북했을 경우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입국이 가능하다. 하지만 원래 장관이나 중앙부처 공무원은 이전부터 방미 시 ESTA가 아닌 관용비자(A비자)를 받아 온 만큼 이번 조치와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 정부는 약 한 달 전 이번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정부에 통보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유예기간도 없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느냐’는 취지로 이번 조치의 시행을 늦추려고 설득했지만 미국 측은 “의회가 통과시킨 법을 이행하는 조치”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간 회동 직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결정하고 최근 단행한 것은 비핵화 실무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연쇄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대북제재 성격이 강하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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