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6일 새벽 황해남도 과일군의 서부 작전비행장에서 KN-23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사실을 7일 공개했다. 지난달 25일 함경남도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후 12일 만에 KN-23 신형 SRBM을 추가로 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얼핏 보면 지난달 25일 발사와 마찬가지로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의 연속으로 보인다. 하지만 곳곳에서 확연히 다른 의미가 포착된다. 무력시위 차원을 넘어 한국을 겨냥한 첫 실전 사격을 감행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25일 발사 때는 “김 위원장이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위력시위사격을 조직지도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신형전술유도탄의 위력시위 발사를 참관했다”고 적시했다. 지난달 25일 발사는 김 위원장의 최종 성능 점검과 실전배치 승인을 하는 자리였고, 6일 발사는 실전 배치 후 김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 ‘실전 이벤트’를 벌였다는 것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리영길 총참모장과 박정천 포병국장 등 인민군 주요 간부들이 대거 동행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지난달 25일 발사 당시 북한 매체의 발표에는 당 중앙위와 국방과학 부문 간부들 이외에 군 간부들이 동행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구체적인 발사 상황에서도 ‘실전 사격’이라는 정황이 드러난다. 북한 매체들은 “전술 유도탄 2발이 수도권 상공과 우리나라의 중부내륙지대 상공을 비행한 뒤 조선 동해상의 설정된 목표 섬을 정밀타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N-23이 거대한 폭발 화염을 일으키면서 섬에 설치한 표적에 명중하는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군 당국자는 “이렇게 파괴력이 큰 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평양 등 수도권 상공을 가로질러 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력과 성능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북한이 6일 쏴 올린 KN-23의 정점고도는 약 37km로 5월 초부터 발사된 8발의 KN-23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성능이 입증된 실전배치 무기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과감한 위력시위 발사를 하기 힘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새 형의 전술유도무기체계의 신뢰성과 안전성, 실전능력이 의심할 바 없이 검증됐다”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 내용도 이번 발사가 실전 상황을 상정한 테스트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비행거리도 의미심장하다. 북한이 6일 발사한 KN-23은 450여 km를 비행한 뒤 함경북도 김책시 앞바다의 섬에 설치된 표적에 명중했다. 남쪽으로 쐈다면 전남 진도 서쪽 해상 60여 km까지 도달할 수 있다. 유사시 대한민국의 서쪽 최남단까지 기습 타격을 할 수 있는 실전 성능을 검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사실상 KN-23의 첫 실전사격에 성공한 만큼 양산과 추가 배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시험 발사를 거쳐 실전배치를 서두를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나 남북 대화와는 상관없이 김 위원장은 KN-23과 신형 방사포, SLBM 등 한미 요격망을 무력화하는 ‘기습 대량타격 3종 세트’를 완성하는 데 ‘다걸기(올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신형 SRBM 발사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우리 정부도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면서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위력시위발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한 국방과학부문 지도간부들과 과학자 군수노동계급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었다”고도 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미사일이 완성됐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보내려는 것 같다. 또 김 위원장뿐만 아니라 당 중앙위 부위원장들이 대거 현장을 찾은 만큼 내부 결집용 촬영으로도 해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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