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한 지 이틀 만인 24일 발사체 도발에 나선 것은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대남 타격 수단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소미아 파기 선언 후 요동치는 한미일 3각 안보 틀, 특히 한일 정보 공유 채널을 더 흔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지소미아 파기 이후에도 한일이 미사일 관련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게 공유하는지, 한미일이 끈끈하게 정보 공조를 하는지를 떠보려고 지소미아 파기 직후를 도발 시점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의 24일 도발 후 한일 간 정보 공유가 흔들리는 듯한 모습이 잠시 연출됐다. 북한 도발 이후 일본 방위성은 미사일 발사 시간을 오전 6시 44분과 오전 7시 1분이라고 밝힌 반면 합동참모본부는 이보다 1분 늦은 시간을 ‘미사일 포착 시간’으로 발표했다. 이를 두고 “미사일 발사 시 초기 탐지 능력은 일본보다 앞선다고 자부해온 한국군이 일본보다 더 늦게 포착한 건 큰 문제”라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나왔다. 그러자 복수의 군 관계자는 25일 “한국 정부가 미국과 공동 분석한 정보가 더 정확하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탐지 시간은 초 단위를 떼고 공지하기 때문에 발표 주체별로 1분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무의미한 1분 차를 두고 한일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북한 의도에 휘말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25일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한 발사체 정체를 두고 한미 정보당국이 정확한 분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24일 도발 직후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했지만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라고 지칭했다. “세상에 없는 또 하나의 주체 병기가 탄생했다”며 기존 무기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
합참에 따르면 이 방사포의 비행거리와 정점 고도는 각각 380여 km, 97km였다. 앞서 북한이 시험 발사한 ‘신형 대구경 방사포’의 비행거리와 정점 고도는 각각 7월 31일은 250여 km, 30여 km, 8월 2일은 220여 km, 25km로 비행거리에 비해 고도가 매우 낮았다. 요격을 회피하기 위해 저고도 비행을 한 것. 이번처럼 380여 km일 때 고도가 100km에 달하는 건 스커드 등 북한의 기존 탄도미사일과 비슷하다.
이번 방사포의 비행궤적은 전형적인 탄도미사일의 포물선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형 대구경 방사포는 수평 비행하다가 급상승(풀업)하는 등 요격을 회피하기 위한 비행궤적을 보였는데 이와는 달랐던 것. 발사대 역시 신형 대구경 방사포는 험지 기동 및 은폐에 용이한 궤도형이었지만 이번엔 차륜형이었다. 이번엔 신형 대구경 방사포 발사 때와 달리 무기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듯 발사대에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북한이 남한 타격용 ‘신형 단거리 발사체 3종’에 이어 ‘제4의 신무기’를 개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형 대구경 방사포를 응용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쏘면 남한 전역이 사정권인 또 다른 무기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방사포 구경이 430mm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 북한 방사포는 300mm급(탄두 중량 150∼200kg 추정)이었고 신형 대구경 방사포는 400mm로 추정됐는데 구경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중국의 430mm 방사포와 비슷해 보인다”며 “탑재 탄두 중량도 최대 300kg가량으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아 대남 타격 위협은 한층 높아졌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발사대만 바꿨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을 보면 달라진 발사대와 달리 발사체 형태는 신형 대구경 방사포와 거의 같았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신형 대구경 방사포를 작전 목적에 따라 발사대를 바꿔 가며 고도, 사거리, 비행궤적까지도 자유자재로 조절해 남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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