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3형 3단 추진체 갖춰
미사일 사거리 늘리는 데 총력… 核강국 SLBM 개발경로 쫓아가
한미, 발사 징후 포착했지만 수중발사 구체적 시점 예상 못해
북한이 2일 강원 원산 앞바다에서 발사한 ‘북극성-3형(미군 코드명 KN-26)’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그 성능과 위력이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극성-3형은 북한이 그간 축적한 탄도미사일 기술의 ‘결정판’이라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2016년 8월 북극성-1형 SLBM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핵보유국에 이어 세계 7번째 SLBM 보유국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 5월 북극성-2형 지대지 탄도미사일의 발사 성공은 그런 평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북극성-1형 발사 이후 3년 2개월 만에 발사에 성공한 북극성-3형은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극성-1·2형보다 단을 추가해 3단 고체추진체로 개발한 것이 그렇다. 탄도미사일은 단(추진체)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사거리가 길어진다. 북극성-1·2형은 발사 후 단 분리가 한 차례였지만 북극성-3형은 두 차례 이뤄진 것으로 한미 정보 당국은 파악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북극성-3형은 북한이 SLBM 사거리 연장에 다걸기(올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북한이 화성 계열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배치에 이어서 ‘궁극의 핵무기’인 SLBM을 더 멀리 날려 보내는 데 모든 핵·미사일 기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중-러 등 주요 핵강국의 핵탑재 SLBM의 개발 경로를 쫓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라이던트Ⅱ(미국), 불라바(러시아), 쥐랑-2(중국) 등은 3단 고체추진체로 제작돼 사거리가 8000∼1만2000km에 달하는 다탄두 SLBM이다. 이런 SLBM은 대잠초계기 등에 발각될 위험이 큰 적국의 수역에 접근하지 않고도 자국 해역에서 대규모 기습 핵타격은 물론이고 핵 선제공격에도 파괴되지 않고 수중에서 살아남아서 제2격(second strike·핵보복)을 할 수 있다. 또한 지상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되는 ICBM과 비교해 사전 발사 징후가 적국에 노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북한도 이런 ICBM급 사거리의 SLBM을 핵 개발의 ‘최종 목표’로 삼은 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북극성-3형의 사거리를 인도의 K-4 중거리 핵탑재 SLBM(최대 사거리 3500km)급으로 늘려 북한 수역에서 B-52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출동기지인 괌 기지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점검할 가능성이 있다. 이후 추진체 개량 등을 통해 사거리를 더 늘려가면서 여러 발의 핵탄두를 싣는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미 본토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한 북한이 SLBM의 사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건 시간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는 지난달 말부터 원산 인근에서 바지선의 출항 등 북극성-3형 발사 징후를 정찰위성 등으로 포착해 관련 동향을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EL을 이용한 지상 발사가 아닌 수중에서 발사 절차가 이뤄진 북극성-3형의 구체적 발사 시점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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