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무협상 결렬이후 노골적 도발 위협… 美, 잠수함 움직임 등 심상치 않다고 판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1일 03시 00분


대북 감시 고삐 죄는 美

미국이 탄도미사일 등 북한군 동향을 샅샅이 훑어내는 최첨단 정찰기를 잇달아 한반도 인근으로 출동시키는 것은 최근 북한의 ‘도발 엄포’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5일) 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면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결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성명을 내고 미국을 맹비난하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성명은 “빈손으로 나와 (비핵화 실무) 협상을 결렬시켜 놓고도 미국이 뒤돌아 앉아 추종 국가들을 사촉하여 우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성명을 발표하도록 한 데 대해 우리는 그 기도가 무엇인지 깊이 따져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신뢰 구축을 위하여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 조치들을 재고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재촉하고 있다”고도 했다. ‘선제적 중대조치’는 지난해부터 중단하고 있는 핵실험과 ICBM 발사 중단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따라 앞으로 얼마든지 이 같은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이 2일 발사한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예고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오지 않을 경우 비핵화 협상은 파탄날 수 있고, 그 종착점은 핵탑재 SLBM을 장착한 신형 잠수함의 출현이라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워싱턴 등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화성 계열의 이동식 ICBM의 개발 배치에 이어 사전 포착과 요격이 거의 불가능한 SLBM을 탑재한 잠수함까지 실전 배치되면 북핵 위협은 ‘임계점’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실무협상에 응하면서도 신형 잠수함 건조와 북극성-3형 시험 발사에 ‘다걸기(올인)’하는 것도 협상이 무산돼 미국이 대북 군사 옵션을 다시 검토할 경우에 대비한 ‘플랜B(차선책)’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9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북극성-3형 SLBM 발사로 신형 탄도미사일발사잠수함(SSB)의 진수(launch)가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CSIS는 앞서 8월에도 북한 신포 남부 조선소의 움직임을 분석해 당시 SLBM 발사실험의 준비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CSIS는 “북한은 이번 발사로 SLBM와 SSB 등을 핵과 미사일 포트폴리오에 통합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며 “북한의 SLBM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대한 위협이자, 트럼프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탄도미사일#북한 노골적 도발#북미 실무협상 결렬#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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