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기습이동 자체가 위협인데… ‘정의용 엄호’ 급급한 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6일 03시 00분


“北, 미사일 운반후 발사대 옮겨
TEL 발사라고 규정할수 없어”… 정의용 귀국 직전 자료 배포
전문가들 “결국은 이동식 발사… 靑 본질 외면하고 위협 축소”

장비 하나 없이… 맨손으로 강둑 쌓는 北주민들 4일 오전 10시경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북한 주민들이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압록강에서 둑 쌓기 공사를 하고 있다. 첨단 장비 없이 사다리와 포대 등을 이용해 강가의 돌을 올려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다큐사진가 조천현 씨 제공
장비 하나 없이… 맨손으로 강둑 쌓는 北주민들 4일 오전 10시경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북한 주민들이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압록강에서 둑 쌓기 공사를 하고 있다. 첨단 장비 없이 사다리와 포대 등을 이용해 강가의 돌을 올려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다큐사진가 조천현 씨 제공
청와대가 5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식 발사 논란을 두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다른 평가를 내렸다는 지적에 대해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북한이 ICBM을 TEL로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정 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위증죄 고발 검토 방침을 밝히고 청와대가 무조건 북한을 감싸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이례적으로 반박에 나선 것. 하지만 청와대가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TEL을 이용한 ICBM 발사가 가능하다는 본질을 외면하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축소하는 것을 두고 비판론이 더 확산되고 있다.

○ “北 TEL 발사 불완전” 고수한 靑

청와대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이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북한 ICBM의 TEL 발사와 관련해 청와대, 국방부, 국정원은 같은 분석을 하고 있고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일부 언론이 해석상의 차이를 이용해 국가 안보에 큰 차질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안보실이 작성에 참여한 이날 자료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 실장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하기 직전 배포됐다.

청와대는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한 방식은 TEL로 운반 후 미사일을 차량에서 분리해 별도 받침대 위에서 발사하는 형태”라며 “TEL 발사는 Transporter 운반해서 Erector 세우고, Launcher 발사까지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운반만 하고 세운 것만으로는 TEL 발사로 규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1일 정 실장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또 서 원장이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TEL로 발사한 전례가 있다”는 미사일은 ICBM이 아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정 실장이 “동창리 발사장이 폐기되면 북한의 ICBM 발사 능력은 없다”고 한 데 대해선 “미사일 엔진시험은 ICBM 개발에서 필수적인 과정이므로 동창리 엔진시험 시설이 폐기될 경우 ICBM 추가 개발 및 발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7월 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쐈을 때와 같은 해 11월 이보다 진전된 ICBM 화성-15형을 쐈을 당시 TEL로 미사일을 운반한 뒤 지상 발사대로 옮겨 발사했다. TEL을 미사일 이동에 활용한 만큼 청와대의 설명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TEL 위에서 ICBM을 발사해야만 ‘TEL 발사’라는 청와대의 주장도 “잘못된 설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고정식 발사대로 옮긴 뒤 발사하는 것도 TEL 발사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고 말했다. 서 원장 역시 전날 이 같은 발사 방식을 두고 “이동식 발사대에서 내려놓고 쏴도 결국 이동식 발사”라고 했다고 자유한국당 정보위 간사인 이은재 의원이 밝힌 바 있다.

○ “TEL을 통한 기습전개 자체가 심각한 안보위협”

청와대가 TEL 발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해 “논점을 일탈한 주장”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TEL에 실어 미사일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기습 이동시킬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체가 안보에 위협이라는 것이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옛 소련도 (청와대가 주장하는) 북한 방식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북한이 ICBM을 어느 위치에서든 기습 전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것 자체로 굉장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TEL로 ICBM을 목적지로 이동시킨 뒤 지상에 고정해 발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포착하기 전 발사 준비를 일사천리로 끝낸 뒤 기습 타격 능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동창리 발사장 폐기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이미 2016∼2017년 동창리에서 화성-14형 및 화성-15형에 탑재될 액체엔진인 ‘백두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 폐기를 약속한 것을 두고 백두엔진 개발에 성공해 이용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대륙간탄도미사일#tel 발사 논란#청와대#정의용 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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