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징후 등 대북 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 정찰기가 연일 한반도에서 작전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북한이 이동식발사대(TEL)를 이용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쓰는 콘크리트 토대를 증설 중인 사실도 알려져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2일 군용기 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군 특수정찰기 RC-135W 1대가 이날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이 정찰기의 주요 임무는 북한 내 미사일 발사 준비와 관련한 통신·신호정보 수집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지난달 28일 초대형 방사포 도발에 이어 또다시 도발을 준비하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더욱이 최근 들어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출현이 잦아지면서 북한 내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군은 지난달 30일 전략정찰기 U-2S를 출격시키며 이례적으로 항적을 노출했다. 초대형 방사포 도발이 있었던 지난달 28일에는 조인트스타스(E-8C)와 EP-3E 등 정찰기 2종이, 27일에는 RC-135V가 출격했다.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출격은 군용기 추적 사이트에 의해 항적이 확인된 것만 해도 최근 일주일 내 5건에 달했다.
북한이 콘크리트 토대 증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도발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일 “북한이 올여름부터 콘크리트 토대를 전국 수십 곳에서 증설하고 있다”며 “최근 집중적으로 증설된 토대는 가로세로가 모두 수십 m 크기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까지 올려놓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주로 비행장 등 이미 콘크리트가 깔려 있는 곳을 택해 TEL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해왔다. 이와 달리 야지(野地)에서 발사하면 지반이 약해 발사 충격으로 지반이 꺼지거나 미사일이 균형을 잃으면서 발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 토대를 설치하는 것.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토대를 무작위로 증설하면 한미 군 당국 입장에선 집중 감시해야 하는 지역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어서 대북 감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이 조만간 한미를 동시에 압박하기 위해 미군 정찰기 등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 자산을 따돌린 뒤 TEL을 이용한 기습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도발 준비를 마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이라고 제시한 만큼 연말까지는 미국을 직접 위협하며 협상의 판을 깨는 ICBM 발사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준ICBM ‘화성-12형’ 등 ICBM 직전 단계인 미사일을 쏘며 연말 전 막판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3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겨냥해 “진짜 탄도미사일이 무엇인지 아주 가까이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만큼 일본 상공을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미사일을 쏘며 일본을 인질 삼아 미국을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017년 8월과 9월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화성-12형’을 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내년 김정은 신년사 발표에서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뒤 ICBM 도발을 재개할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미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 수준에서 도발하되 위협 수위는 단계적으로 올리며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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