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한 ‘중대한 시험’을 놓고 액체연료를 이용한 장거리 미사일이나 위성용 엔진을 시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고체연료를 이용한 단거리 미사일은 시험한 적이 있지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액체연료만 활용해 조만간 ICBM 발사시험을 강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북한이 “액체연료 엔진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현재로서는 어떤 시험이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동창리 발사장에 있던 기존의 수직 엔진시험대를 활용했다면, 액체연료 엔진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모든 로켓은 수직으로 발사되지만 엔진시험을 진행할 때는 액체연료의 경우는 수직으로, 고체연료의 경우는 수평으로 시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액체연료의 경우 로켓을 눕혀서 시험하면 액체의 기울기가 세웠을 때와는 달라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시험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군과 정보당국 역시 북한의 이번 시험이 고체연료 시험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체연료는 연체연료와 달리 미리 채워 넣어놓을 수 있어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 액체보다 발사 준비시간을 줄여 군의 탐지와 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액체연료는 발사 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해 이 과정에서 1시간 안팎이 소요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한미 정보자산으로 사전징후를 포착해 낼 수 있다.
반면 고체연료는 액체와 달리 연료를 충전할 시간이 필요없어 미리 연료가 충전된 미사일을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장착하고 원하는 발사 장소에 이동해 시점에 맞춰 쏠 수 있다. 미사일 발사에서 신속성과 은밀성이 강화되는 것이다. 때문에 군사적인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앞서 북한이 지난 2017년 발사했던 ICBM 화성 14형과 15형은 액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번에는 기술을 발전 시켜 고체연료를 써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동창리 발사장 설비 특성상 고체 연료 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 정보 당국은 여전히 액체연료 엔진을 개선해 시험했을 걸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액체연료 시험을 진행했다는 것은 향후 이어질 더 큰 도발의 시작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북한의 로켓 엔진 시험은 ICBM으로 전용이 가능한 만큼 북한이 약속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ICBM 발사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위성발사체나 ICBM은 추진로켓과 유도조종장치 등 핵심기술이 동일하기 때문에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기술 개발로 주장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도발 행위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레드라인’은 넘지 않기 위해 ICBM보다는 다소 강도가 낮은 인공위성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선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일각에선 북한이 고체연료를 시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이 시험 당시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확히 어떤 엔진을 시험했는지 알기 어렵지만, 고체연료를 주입한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하는 데 많이 가까워졌을 것이라는 미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북한이 고체연료를 시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도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을 시험했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액체연료 시험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 역량에 대한 기존의 예측을 크게 바꾸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고체연료”라며 “고체연료를 이용해 미사일을 더 멀리 발사하게 되면, 기술적으로 한층 도약한 게 된다”고 전했다.
고체 연료의 경우 추력을 중간에 조절하기가 어렵고 연료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도 있어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데 만약에 이 시험이 성공한다면 발사체의 가속을 빠른 시간에 올려 핵탄두의 원거리 운반 능력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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