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논의하기 위해 2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실제 도발하면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강한 압박 메시지를 담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히기 수일 전인 지난주부터 회원국들에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15일쯤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북-미 협상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북한 상대로 행동 나선 트럼프 행정부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11일에 연다는 외신 보도를 확인했다. 그는 이날 언론의 질의에 “국무부는 한반도의 최근 진행 상황에 대해 포괄적으로 업데이트된 내용을 포함해 북한에 관해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회의를 이번 주 소집할 것을 제안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여기에는 최근의 미사일 실험들과 북한의 도발 확대(escalatory DPRK provocation) 가능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주도하면서 북한의 ‘도발 확대 가능성’을 의제로 올리는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북-미 합의 위반은 아니다”며 의미를 축소해온 지금까지의 대응과는 크게 달라진 것.
이는 미국식 ‘새로운 길’을 선보이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이나 가깝게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추가 도발의 실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미국도 안보리 추가 제재처럼 북한을 옥죌 도구들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이 2년 만에 유엔 안보리 소집을 다시 주도하면서 국제사회의 대응도 한층 강경해질 수 있다. 국무부는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 논의를 추진한 배경과 관련해 “한반도의 최근 사건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5일 안보리 이사국의 대표들과 가진 오찬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찬에서 북한 이슈에 대한 대응 문제가 논의됐다는 의미다.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가능성
안보리 회의에서는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용의 성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을 감행한다고 해도 미국이 당장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은 그 대신 유엔의 대북제재 및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추가, 강화하는 조치에 나설 공산이 크다.
미 의회에서도 대북제재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에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표와 관련해 “북한의 모든 추가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새로운 다자적 압박과 비난을 가해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요구했다.
다만 미국은 유럽 이사국들이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 요청했던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회의에는 거부 의사를 밝힘으로써 협상 여지도 열어놓았다. 인권 문제는 북한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분야 중 하나다. AP통신은 “미국이 마음을 바꿔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회의 개최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건 지명자의 방한도 관심을 모은다. 교도통신은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라며 “비건 대표가 방한 중 북측과의 접촉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신은 다만 “북측이 계속 ‘양보’를 요구하고 있어 접촉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안보리 회의 소집 요구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사전 경고라는 데도 주목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북한이 도발을 하려고 하니 그냥 놔둘 수 없다’는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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