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보당국이 평양 외곽의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 대한 집중 감시에 들어가면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 고강도 도발에 바짝 다가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음동 연구단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위성 발사용 장거리 로켓 등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생산의 ‘총본산’이다. 대규모 조립 라인과 연구동 등 10여 개 관련 시설에서 1000여 명 안팎의 인력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 대포동급 장거리 미사일을 비롯해 2017년 쏴 올린 화성-14형(ICBM급), 화성-15형(ICBM)도 이곳에서 제작됐다. 한미 당국은 북한의 ICBM 도발 위기 때마다 감시전력을 총동원해 산음동 단지의 동향을 밀착 추적해 왔다.
특히 미국은 지상의 가로세로 10cm 미만의 물체도 식별할 수 있는 정찰위성을 증강 운용해 산음동 단지 내 차량의 종류와 동선(動線), 인력 움직임 등을 ‘돋보기’처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연구단지를 드나든 관련 장비를 파악하고, 주요 시설의 미사일 조립 징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산음동 단지에서 미사일 조립 징후가 포착되면 북한이 경고한 연말 도발이 실행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ICBM용 추진체로 보이는 화물을 실은 열차가 산음동 일대에서 이동하는 정황이 파악될 경우 도발이 초읽기에 들어간 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7일 평북 동창리 발사장에서 시험한 로켓 엔진으로 제작한 ICBM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밴 밴 디펀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 비확산 담당수석차관보는 9일(현지 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북한이 다탄두나 신형 ICBM보다는 액체연료 엔진이 사용된 화성-14·15형의 성능 개량을 위한 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더 강한 출력의 액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ICBM을 쏴 화성-15형(사거리 1만3000km 추정)보다 더 멀리 핵탄두를 날려 보내는 능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4차 한-호주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공동기자 회견에서 “북한의 지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북한 서해 동창리 지역에서의 엔진 시험 활동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7일 북한의 중대 시험을 ‘엔진 시험’이라고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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