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고강도 도발 위협으로 북-미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12일(현지 시간) 지상발사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 발사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 전력을 견제하는 동시에 북한에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 1발이 태평양으로 발사됐다. 이 미사일은 500km 이상을 날아가 해상에 낙하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시험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향후 중거리 전력 개발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조약(INF·사거리 500∼5500km의 지상발사형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에서 탈퇴 보름여 만인 8월 중순에도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그로부터 넉 달 만에 순항미사일보다 더 빠르고, 요격이 힘든 탄도미사일까지 쏜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시험발사로 미국의 동북아 지역 내 중거리미사일 배치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8월 초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미사일 배치 의사를 피력하자 한국이 후보지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우리 군은 공식 논의나 검토한 바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전날 반덴버그 기지에서 해상으로 최대 1000km 구역에 비행금지 구역이 설정되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위협에 미국이 평양을 30분 내 타격할 수 있는 미니트맨3(ICBM) 발사로 맞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반덴버그 기지는 미니트맨3의 시험발사가 자주 이뤄지는 곳이다. 군 관계자는 “‘ICBM 카드’는 잠시 보류하고 중거리미사일로 수위를 조절해 러시아, 중국, 북한에 동시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ICBM 도발 위기가 커질수록 미국은 주요 핵전력으로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근접 비행과 미니트맨3의 시험발사를 동시에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미 본토 핵타격 시도는 핵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는 것.
대북 감시의 고삐도 늦추지 않고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는 미 공군의 코브라볼(RC-135S) 정찰기 1대가 13일 일본 가데나 기지를 이륙해 동해상에 전개됐다.
전날 조인트스타스(E-8C)와 리벳조인트(RC-135W) 정찰기에 이어 한반도로 날아와 차량 움직임이 포착된 동창리 발사장과 풍계리 핵실험장을 비롯해 ICBM 제작 공장인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의 동향을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 해군의 해상초계기(P-3C)도 이날 한반도 상공으로 전개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징후 등을 감시하고 나섰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연말에 ICBM은 물론이고 SLBM 추가 도발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데이브 크레이트 미 전략사령부 부사령관은 12일(현지 시간) 국방전문기자 대상 세미나에서 북한에 대해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매우 엄중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레이트 부사령관은 “만약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재개할 경우 우린 지도부가 원하는 대로 (북한의 도발을) 추적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데 확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전략사령부는 감시와 정찰, 미사일 방어와 핵전력 운용을 담당하는 미 국방부의 통합전투사령부다.
그는 “전략사령부의 임무는 군 수뇌부와 정치 지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option)를 제공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대북 군사옵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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