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현장에 있었던 수색대원 문시준 소위(24)의 표정은 결연했다.
문 소위는 11일 국군고양병원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아군이 느낀 고통의 수만 배를 갚아주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기회만 기다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리적 후유증 치료를 받고 있는 문 소위와 분대장 정교성 중사(27), K-3 기관총 사수 박준호 상병(22)은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하모 하사(21)가 출입문 밖으로 발을 딛자마자 큰 폭발음과 함께 몸이 날아갔다. 몸이 튕겨 나가 철조망에 거꾸로 매달린 하 하사의 입에선 순간적으로 “씨× 빨갱이!”라는 말부터 튀어 나왔다고 한다. 적에게 당했다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색분대장인 정 중사는 즉각 “적 포탄 낙하”라고 외치고 부대원들에게 흩어져 대열을 갖추라고 명령했다. 바로 지뢰가 터진 것이라고 파악하지 못했던 대원들은 북한군이 포격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뿌연 연기를 뚫고 가장 먼저 다가서 응급처치를 한 정 중사는 “‘가야만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었다”고 말했다. 언제 또 다른 폭발이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대원들은 침착했다.
먼저 출입문을 나간 김모 하사와 박선일 주임원사, 박 상병이 하 하사를 들어 출입문 남쪽으로 들어오는 순간 출입문 남쪽에 매설돼 있던 지뢰가 또 터졌다. 몸을 옆으로 옮긴 김 하사는 하 하사를 누일 공간을 만들었다. 본인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을 김 하사는 옆에 누운 하 하사에게 “정신 차려라”고 말을 건넸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이송된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깨어난 김 하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하 하사는 괜찮으냐”고 물었다. 하 하사 역시 “다른 팀원들은 괜찮으냐”고 걱정했다고 한다.
갑자기 터진 지뢰로 다친 우리 군의 전우애는 이처럼 뜨거웠다. 이들이 들려준 당시 상황은 나보다는 동료를 생각하는 군인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취재진과 카메라 앞에서 선 이들에게선 사건의 충격에 얼어 있거나 망설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침착하고 단호했다.
당시 K-3 사수로 전방에 총을 겨누며 엄호하는 역할을 했던 박 상병은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자 울면서 면회를 오셨는데 안심시켜 드렸다”며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당장 내일이라도 작전에 들어갈 수 있다. 앞으로 끝까지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부대원들의 침착한 대응은 끊임없는 훈련 덕분이다. 정 중사는 “수색작전에 들어가기 전에 반복적으로 예행연습을 한다. 분기마다 의무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소위는 “지뢰가 터졌을 때 연기 탓에 앞이 보이지 않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정 중사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큰일을 겪으면서도 대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하사는 이날 병문안을 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직접적으로 강경하게 하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김 하사와 하 하사 모두 퇴원 후에도 군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전했다. 국방부는 부상한 김 하사와 하 하사에게 최고의 예우를 해줄 예정이다. 치료비용뿐 아니라 후유장해보험금 등 지원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고 훈장 수여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두 사람의 의사를 전적으로 반영해 원활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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