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안보실-외교안보수석실 또 엇박자… 보고체계도 복잡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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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DMZ 지뢰 도발]제역할 못하는 안보 컨트롤타워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대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뭇매를 맞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때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질타와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왜 국가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국가안보실은 똑같은 지적을 반복해서 받아야 하는 걸까.

○ 손발 없는 ‘옥상옥’ 구조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으로 된 3실 체제다. 비서실장 아래 외교안보수석실이 외교와 안보 업무를 담당한다. 김장수 전 안보실장은 세월호 참사 때 “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가 물러나야 했다. 그 말대로라면 국가안보실의 주 업무는 외교와 안보다. 문제는 이번에는 글자 그대로 외교안보 사안이 발생했는데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하나는 조직이 만들어질 때부터 지적받아 온 옥상옥이라는 구조에 있다. 국가안보실은 손과 발이 없이 몸통만 있는 조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 조정, 안보 전략, 정보 융합, 사이버 안보, 위기관리 등 조직이 있지만 주로 상황실이나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차례 걸러진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외교안보수석실은 통일, 외교, 국방비서관실이 손발에 해당하는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로부터 다양한 정보와 보고를 받으며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안보실이 제대로 일하기 위해선 외교안보수석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국가안보실 2차장을 겸하고 있지만 안보실은 외교부 후배인 김규현 1차장이 관할한다. 또 주 수석의 직속상관은 김관진 안보실장이 아니라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다. 보고 체계가 복잡하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구조로 짜여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상희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겸직 형태의 안보실이 아닌 위기관리 전담 부처인 국가안보부(가칭)를 만들어 군사적·비군사적 위협과 재난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소통 안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소통’이 중요하지만 수평적·수직적 소통에 다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소식통은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 각 부처는 청와대로 각각 보고를 올리지만 국가안보실은 이런 보고를 바탕으로 부처 간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조율해야 한다”면서 “지금 안보실은 이러한 조율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대면 보고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지뢰 도발 이후 4차례 대통령 보고가 있었지만 대면 보고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수시로 참모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며 “독대 면담을 요청하면 대부분 면담이 이뤄지고 있다”며 불통이란 지적에 반박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면 예상치 못한 질문이 쏟아져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며 “그래서 보고 시간이 한정된 전화나 서면 보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화나 서면 보고는 해당 문제에 대해서만 답변을 잘 정리하면 되지만 자료를 찾고 답변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즉각적인 보고나 종합적인 의견 교환에 어려움이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 ‘새 실장이 필요하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안보실이 무능, 무책임, 무원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김 안보실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김 안보실장이 정무적 판단 능력이 결여됐다”고 몰아세웠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군 출신인 김 안보실장이 군만 챙기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군부 인사들을 많이 만나고 군의 입장을 많이 듣다 보면 생각과 판단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가안보실장은 단기적인 전략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전략을 짜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실장은 이런 점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조직과 소통, 인물까지 이제는 전체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봐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박민혁 mhpark@donga.com·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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