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북한의 국지 도발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진행되는 동안 육지에서 포격을 가한 이례적인 방식이다.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대응조치로 군 당국이 사용을 재개한 대북 심리전 방송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 북한은 전형적인 화전(和戰) 양면전술을 구사했다. 군 총참모부 명의로 전통문을 보내 심리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48시간 이후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명의의 다른 전통문에서는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서한 전달은 최근 북한의 지뢰 도발에 의한 상황 악화라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원칙에 따라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15일 인민군 전선사령부 명의의 ‘공개 경고장’을 통해 “(심리전은) 우리에게 선전을 포고하는 직접적인 전쟁 도발 행위”라며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것을 시작으로 18, 19일 잇달아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UFG를 거론하며 “백두산 혁명강군의 무자비한 징벌에 뼈도 추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 한미 UFG 기간 중 도발 후 군사적 행동 위협
17일 시작된 한미 연합 UFG는 28일까지 이어진다. 통상 북한은 UFG 등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대응훈련에 들어가 초경계 상태를 유지한다. 북한은 UFG를 ‘북침연습’이라고 주장하며 한미 훈련에 맞선 방어태세를 갖추곤 했다. 이번에도 북한은 이달 14∼28일을 특별경계 강화 기간으로 설정하고 일선 부대에 경계 강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은 양측 군대가 평소보다 경계태세를 올리면 군사적 긴장은 높아지지만 서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역설적 평화’가 유지된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20일 도발은 이런 관측을 깬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심리전 재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온 북한이 산발적 공격을 통해 한국의 대응 태도를 떠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국방부 앞으로 보낸 전통문에서 22일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고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정면 대응할 예정이어서 남북 긴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지뢰 도발은 파주, 포격은 연천
4일 목함지뢰 도발은 경기 파주에서 발생한 반면 20일 포격 도발은 경기 연천에서 있었다. 경계태세가 높아진 경기 서부를 피한 채 중부전선으로 지역을 이동해 가며 도발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박창권 국방연구원 전문위원은 “북한은 연천이 서울과 가깝고 지형적으로 북한을 향해 들어가 있어 타격하기 좋은 목표라고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포격 도발을 택한 날짜는 대외관계 측면에서 볼 때도 의외다. 다음 달 3일이면 중국에서 항일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이 대대적으로 열린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큰 이번 행사를 위해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도발을 일으켜 주변국 사이에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을 결코 반길 수 없는 처지다.
이번 포격 도발은 마치 시 주석 취임 직전인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해 북-중 관계를 급랭시켰던 패턴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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