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수뇌부 한자리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왼쪽)가 20일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판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린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21일 1, 2면에 이 회의 소식을 보도했다. 노동신문
사진과 조선중앙TV 화면 합성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행사와 관련해 4개월여 만에 비슷한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전승절 행사 참석을 둘러싸고 국제적 이목이 쏠린 틈을 활용해 도발 위협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방식이다.
북한은 20일 밤 노동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가 소집됐으며 김정은이 이 회의를 직접 지도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김정은 관련 행사를 하루 만에 보도한 점이나 국경일 등 예정된 일정 외에 김정은이 참석한 행사의 날짜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보도가 사전에 준비된 것임을 입증하는 셈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라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표현이 등장했다”며 “선전적 측면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5월 9일 러시아가 개최하는 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러시아는 4월 30일 갑자기 김정은이 불참한다고 공표했다. 불참 이유는 ‘북한의 내부 사정 때문’이라는 것뿐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5월 3일 김정은이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 개관식에 참석해 치하했다고 보도했다. 장거리 로켓으로 위성을 발사할 것임을 예고한 것. 9일에는 김정은이 전략잠수함탄도탄 수중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전략무기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도 대북 제재 위반이다.
중국 전승절을 앞둔 움직임도 비슷하다. 다음 달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은 지뢰 도발(4일)에 이어 포격 도발(20일)을 일삼았다. 전날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명의로 “남북관계 개선 의사가 있다”고 전통문을 보냈던 북한은 21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발송된 한국의 답신은 수령을 거부했다. 자신들이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앞으로 전통문을 보낸 만큼 답장도 청와대 명의로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북한이 남북 당국 간 대화에 해당하는 전통문 수령을 거부한 것은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국 소식통은 21일 “북한이 중국에 전승절과 관련해 특별대우를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당하자 항의 표시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불참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북-중 갈등이 드러나는 것을 감추기 위해 대남 도발을 감행했다는 것인데 이 또한 러시아 사례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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