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리에 단련됐지만 초긴장 상태 밤새운건 처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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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北도발, 동요없는 국민들
北접경 주민들은 ‘불면의 밤’
지자체 행사 취소… 주민 대피훈련, “바쁜 농사철에 장기화될까 걱정”

통일대교 출입 통제 북한의 포격 도발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21일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헌병이 사전에 출입 승인을 받지 않은 차량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파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통일대교 출입 통제 북한의 포격 도발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21일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헌병이 사전에 출입 승인을 받지 않은 차량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파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바쁜 영농철에 북한이 또 무슨 짓을 할지 걱정입니다.”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 이틀째인 21일 강원 접경지역 주민들은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북한이 우리의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22일 오후 5시까지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겠다”고 위협한 탓에 주민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접경지역의 민간인출입통제선은 이틀째 출입이 제한됐고 땅굴, 전망대 등 안보관광지 운영도 전면 중단됐다.

경기 연천과 인접한 강원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주민들은 20일 도발 직후 군부대의 요청으로 긴급 대피했다가 약 4시간 만에 귀가한 터라 이날도 뉴스를 통해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추가 대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홍지일 대마1리 이장(53)은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어서 주민 모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지만 장기화된다면 걱정”이라며 “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출입 제한이 길어지면 영농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통선 안에 위치한 철원군 근북면 유곡리의 안석호 이장(74)은 “마을 폐교를 캠핑장으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인데 민통선 출입 통제로 공사 차량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마을엔 노인들이 많아 상황이 악화되면 제대로 대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실제와 같은 대피훈련을 하는 등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화천군은 이날 오후 4시경 군부대 훈련 요청에 따라 최전방인 상서면 마현리 등 3개리(里) 주민 780여 명을 화천체육관으로 대피시키는 훈련을 했다. 또 23일까지 전 직원을 2교대로 24시간 비상근무하도록 했으며 휴가 금지 조치를 내렸다.

양구군은 23일로 예정된 ‘제12회 청춘양구 DMZ마라톤대회’를 잠정 연기했다. 민통선 지역인 방산면 두타연 일원에서 열릴 예정인 이 대회에는 2400여 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철원군도 22, 23일 열기로 한 ‘제1회 철원 DMZ 자전거대회’를 전면 취소했다.

고성군은 대피시설을 긴급 점검하고 주민들에게 유사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의 장석권 이장(59)은 “마을 방송을 통해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뉴스를 지켜봐달라고 했다”며 “유사시 마을에서 5km가량 떨어진 대진초등학교로 대피하기로 약속이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는 ‘위기대응반’ 운영에 돌입했고 18개 시군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 태세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또 접경지역 5개 경찰서도 유사시 112타격대가 출동할 수 있도록 비상 태세를 갖추고 있다.

철원=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총소리#초긴장#대피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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