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군사 충돌 위험이 극한으로 치닫는 최근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는 일각의 ‘과도한 평상심’이 오히려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22일 밤 일부 지역에 주민대피령이 내려진 경기 김포시에서 난데없이 ‘쾅쾅’ 하는 폭발음과 불꽃놀이가 벌어져 일부 주민이 공포에 떨었다. 이날 오후 10시경 김포시 구래동주민센터와 구래동주민자치위원회는 구래동 호수공원에서 ‘제1회 김포한강 호수&락’ 축제를 열고 마지막 행사로 5분간 수백 발의 폭죽을 터뜨렸다. 당시 인근 주민들은 폭죽 소리를 북한의 추가 포격 도발로 알고 급히 집을 나서다 뒤늦게 불꽃놀이인 것을 알고 김포시, 김포경찰서 등에 항의 전화를 했다.
야간이라 수백 발의 폭죽 소리가 김포 여러 지역으로 전해졌다. 폭죽이 터진 곳은 남북 군사분계선과 10여 km 떨어진 곳이다. 주민 이모 씨(22·여)는 “산 너머에서 굉음이 들려 전쟁이 난 줄 알았다. 이웃들도 황급히 밖으로 나와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정모 씨는 김포시 페이스북에 “10시경 포를 쏘는 소리가 들려 급히 뉴스를 보니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울고 노인들은 깜짝 놀랐는데 이런 시국에 불꽃놀이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올렸다.
행사를 주관한 구래동주민센터는 불꽃놀이 행사를 충분히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북한이 오후 5시에 위협 행동을 하면 취소하려 했지만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려 행사를 진행했다”며 “당시 주민 2만 명이 모여 즐겁게 축제를 했기에 오히려 취소했으면 주민들이 진짜 큰일 난 줄 알고 불안해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 시흥시에서도 한밤중에 진행된 불꽃놀이의 폭죽 소리 때문에 시민들이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22일 오후 9시경 이곳 배곧신도시 아파트 입주 행사로 한라건설이 주최한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의 마지막 순서로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은 예고 없이 터진 폭죽 소리에 놀라 황급히 뉴스를 확인하기도 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북한 도발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남북이 대치 중이고 수많은 장병이 목숨을 걸고 전선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벌인 불꽃놀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일부 좌파 성향의 단체는 북한 주장을 옹호하는 반미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22일 오전 5시경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인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 연대’ 회원 박모 씨(31) 등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대사관 앞에서 ‘북침선제핵타격 을지프리덤가디언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대북 심리전 중단하고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에선 남남 갈등이 일어났다고 반기겠지만 워낙 소수의 의견이기에 고려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21일부터 국방부 공식 페이스북 등에서는 예비역 군인들의 전투 결의 인증 릴레이가 벌어졌다. 예비군들은 군복, 군화, 군번줄 사진과 함께 “불러만 달라. 준비돼 있다” “지금이라도 적을 섬멸하겠다” 등 북의 잇단 도발을 강력 규탄하는 글을 올렸다. 이 같은 결의 글과 사진을 모은 육군의 페이스북에는 23일까지 지지 내용이 대부분인 1만2100여 개의 댓글이 붙었고 16만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국방부의 북한 포격 관련 페이스북 게시물에도 5만여 명이 ‘좋아요’를 선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