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선이 한반도로 쏠렸다. 외신들은 전격적으로 이뤄진 남북 고위급 회담을 긴급속보로 다루며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가능성에 주목했다.
○ 미국, 남북대화 환영
미국 측은 남북이 대화 재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을 사전에 외교 채널로 통보받았으며 이를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 당국자는 “여름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며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을 변함없이 확고히 지킬 것이다. 한국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동부 매사추세츠 주의 유명 휴양지인 ‘마서스비니어드’에 머물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 복귀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휴가를 보내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당초 복귀 일정을 나흘가량 앞당겨 23일 한국에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남북한 양측이 대화로 상황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을 높이 평가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분쟁이 심화되면 결국 잃을 것이 많은 곳은 북한이기 때문에 평화적인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는 것에 익숙하므로 한국은 일방적으로 양보를 하는 대신 인내심을 가지고 평화와 안정의 기초를 닦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도 “관건은 양측이 평화공존과 존중을 위한 틀에 합의할 수 있느냐”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자 신문에 ‘한국 최전선의 위험한 순간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한국과 미국의 어떤 대응도 억제에 강조점을 두고 신중하게 저울질 돼야 한다”며 “중국도 김정은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설득할 보다 더 창조적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 적극적 중재 의사 표명
중국 관영 언론도 고위급 회담이 전격적으로 열린 배경과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관영 신화통신은 회담 첫날인 22일 ‘한반도 국면 어디로 가나’라는 논평에서 남북 관계가 “긴장 완화의 여지가 있다”며 협상 타결 가능성을 기대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남북한이 모두 전의를 불사르고 미국은 완전히 한국 편에만 서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태도만이 유일하게 한반도 내 조정자가 아무도 없는 상황을 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또 “북-중 관계가 현재 미묘해졌기 때문에 한반도 분쟁을 외부에서 중재하는 일의 난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현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1일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중국은 현 상황과 관련해 건설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중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중국 당국자와 관영 언론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우선은 다음 달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앞둔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행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 재무장 추진 계기로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나서 한반도 위기 고조에 따른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1일부터 사흘 동안 야마나시(山梨) 현의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아울러 관계부처에 “대응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또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주말에도 미국, 한국 등 관련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정보 파악에 주력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북한이 군사행동을 예고하자 21일 한국에 체류 중인 일본인들에게 ‘군사분계선 인근에 접근하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북한이 22일 오후를 공격 시한으로 예고했다고 설명하고 만약의 경우 대사관의 연락을 받아 행동할 것을 요청했다.
일본 언론들은 20일 북한의 도발 이후 연일 한반도 상황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3일 고위급 회담에 대해 “북한이 한미 연합군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출구전략으로서 제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대화를 통해 사태 해결을 도모하는 자세를 국제사회에 호소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임진각 르포 기사를 실었다. NHK 등 방송도 연천군 대피소의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방영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위협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한 안보법제 통과가 필요한 근거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2일 아오모리(靑森) 현 히로사키(弘前) 시에서 열린 안보 관련 강연에서 “북한은 올해 미사일 실험을 몇 번이나 반복했고 핵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며칠 동안은 한국과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안보관련) 법률이 통과돼야 국민들의 평화로운 생활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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