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치에서 대화로/협상 막전막후]
이후 ‘1대1 회동’서 유감표명 수용… 김정은 재가 받고 입장 바꾼 듯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회담장에서 “평양에 다녀왔다”고 직접 밝힌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협상 중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게 대면 보고를 하고 돌아왔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황병서는 23일 오전 4시 15분 협상 정회 뒤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와 함께 차를 타고 북한 지역으로 넘어갔다. 11시간이 넘어 같은 날 오후 3시 반 회담장으로 돌아왔다. 10시간 마라톤 회담 뒤 개성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생각했던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개성에서 잘 쉬셨느냐”고 물었다. 이에 황병서는 “평양에 다녀왔다”고 답했다.
황병서는 이날 밤 김 실장과 비공개 1 대 1 회동에서 지뢰 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 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애초 지뢰 도발 사건 자체를 부인했던 북한이기에 김정은의 재가 없이는 합의하기 힘든 사안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대표단이 (협상) 전반부에 유감 표명 수용 용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 뒤로 황병서와 김양건이 북한 지역으로 다시 넘어간 것은 24일 오후였다. 북한 대표단은 이때 판문점 북한 시설인 통일각에 머물며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지침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양건은 황병서가 한국 지역인 ‘평화의 집’을 처음 찾았다고 했다. 또 한국과 대화를 해 온 자신도 첫 방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정치국장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판문점 남측 지역에 온 것이 뭘 의미하는지 남측이 잘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문제를 풀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북측이 협상 타결에 절실함을 드러냈다는 얘기다.
한국 측 대표인 김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역할 분담은 ‘굿 캅, 배드 캅’에 가까웠다고 한다. 김 실장은 도발 문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황병서와의 비공개 회동 등을 통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홍 장관은 북한의 억지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것. 한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황병서는 김 실장과 동갑인 1949년생이 아니라 1940년생(75세)”이라고 말했다. 73세인 김양건보다 나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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