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벽 전격 발표된 남북 고위급 협상 타결 소식에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들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24일(현지 시간)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남북한이 타결한 합의 내용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끊임없는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 정부와 계속 긴밀히 공조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다시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시작된 군사적 긴장이 대화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합의 내용을 분석하며 남북이 가져갈 득실을 따졌다. 워싱턴포스트는 “확실한 사과를 북한으로부터 얻어내지 못했지만 한국의 승리(a win for Seoul)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이번 합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점”이라고 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유감 표시는 박 대통령이 요구한 사과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도 “북한이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도발 각본’을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대부분 합의 결과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북한 동향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당시 캠프에서 한반도 정책을 총괄했던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본보가 보낸 e메일에 대한 답변에서 “한국의 국력과 한미동맹의 힘으로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이번에 북한의 전격적인 합의는 김정은이 영리한 전략가여서가 아니라 군사적 대립의 위험이 너무 커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동안 북한의 도발에 북한 편을 들다가 이례적으로 중립적 입장을 내놓았던 중국 정부도 협상 타결을 반겼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연합뉴스가 보낸 관련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협상 타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관련 협의가 순조롭게 실행돼 반도(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함께 수호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관영 신화통신은 25일 새벽 협상 타결 직후 “양측이 43시간에 걸친 대화 끝에 한반도에서 긴장을 줄이는 데 합의했다”고 신속하게 보도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북한이 지뢰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고 전하면서도 북한이 합의문에서 명시적으로 책임을 밝히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5일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남북 간 접촉이 합의에 이른 것을 환영한다”며 “북한이 도발 행동을 자제해 이번 합의가 지역의 긴장 완화와 현안 해결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미일 동맹이 제대로 기능하는 것은 북한의 모험주의적 시도를 억제하는 데 있어 충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은 이날 새벽 타결 소식을 속보로 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으며 박 대통령의 원칙론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양보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대북 방송 중단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한국의 득점”이라며 “북한이 이례적으로 양보를 했다고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아사히신문은 “공동보도문은 북한 측이 범행을 부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합의는 김정은이 뒤늦게 군사적 대결 모험에서 너무 멀리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