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노동당 대회 나흘째인 9일 북한이 BBC 취재진의 전격 추방을 발표한 것은 서방 언론에 대한 엄포로 해석된다. 6일 개막한 당 대회 취재를 위해 방북한 외신 기자 120여 명은 북한 당국의 제지로 정상적인 취재가 불가능해지자 불만과 조롱이 섞인 보도를 쏟아냈다.
북한 당국은 루퍼트 윙필드헤이스 기자를 비롯해 BBC 취재진 3명을 추방하는 이유에 대해 “최고 존엄을 모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오룡일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사무총장은 “윙필드헤이스 기자의 뉴스는 사실을 왜곡했다. 북한의 시스템과 리더십이 병들었다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북한을 찾은 윙필드헤이스 기자는 2일 보도에서 “북한은 핵폭탄이나 장거리 로켓을 만들 수 있지만 자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여러분이 보는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 등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북한 정부는 국민들을 먹여 살릴 수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30일 보도에서는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이 숨지고 그의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corpulent and unpredictable) 아들 김정은이 자리를 대신했다”고 전했다.
BBC 취재진은 당 대회 개막일인 6일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출국이 저지되며 구금됐다.이들은 9일 오후 6시경 평양발 중국국제항공(CA) 편을 통해 베이징에 도착했다.
북한이 노동당 대회에서 핵보유국을 선언한 데 대해 주변 국가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9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북한은 일방적 주장을 하기 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6자회담 공동성명을 준수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도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며 “모든 국가가 시대 조류에 부합하는 노력을 기울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핵 불용’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오리 아브라모비치 국무부 동아태국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비핵화에 관한 국제적 약속과 의무 이행에 초점을 맞출 것을 북한에 지속적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당 대회 관련 소식을 전한 미국 일본 영국 러시아 등 외신들의 보도를 소개하면서 유독 중국 언론의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북 제재에 동참한 중국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이날 북한이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지붕에 금박을 입힐 예정이라고 북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은 각 지방과 기관에 자금 분담을 요구했으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경우 2500만 엔(약 2억7000만 원)을 부담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금박과 함께 대형 크리스털 구슬 장식도 붙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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