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당국 “말레이시아 공항서 북한 女간첩 2명에 당한 듯”
현지 언론 “독액 스프레이 뿌려… 北대사관 시신 인도 요청”
김정남, 후계자 경쟁서 밀린뒤 해외 전전… 아들도 신변위협설
북한 김정은의 3대 세습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김정은이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관계였던 ‘눈엣가시’ 김정남을 제거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남은 13일 오전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당국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두 명에게 피살됐다. 이 여성들은 독침을 이용해 김정남을 살해했으며, 이들은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들의 모습은 공항 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과 현지 온라인 매체 등은 말레이시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이 누군가로부터 스프레이 공격을 받고 고통을 느끼며 안내 데스크에 도움을 청한 뒤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으며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시신인도 요청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피살자가 46세 남자로 김 철이라는 이름의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피살자 사진을 확인한 결과 북한 김정남이 맞다”며 김정남 피살 사실을 밝혔다. 김정남의 시신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관리 중이다
김정남 피살 사실은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 정보·치안 당국과 현지 공관 등을 통해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에 전달됐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즉각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이 같은 사실이 즉시 보고됐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정남은 김정일의 사실상 첫 번째 부인이었던 영화배우 성혜림(2002년 사망)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다. 김정일은 생전 김정남과 재일교포 출신인 셋째 부인 고용희(고영희로 알려졌던 인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은을 두고 ‘후계자 저울질’을 해왔다.
김정남은 ‘개혁개방’을 주장하며 국제사회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왔고, 한때 김정은을 뛰어넘는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과의 권력 다툼에 밀려 김정은이 집권에 성공한 뒤로는 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등 탄압을 받으며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를 전전했다. 이에 김정남은 2012년 1월 일본 도쿄(東京)신문에 보낸 e메일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을 용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등 언론을 통해 김정은을 수차례 비판했다.
2013년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한 이후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복형까지 제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정남이 피살되면서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이혜경과 아들 김한솔(22)의 신변 위협설도 제기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