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배후에 北그림자]말레이 부총리 “死因 특정못해”
현지언론 “시신에 주사자국 없어” 이르면 2월 셋째 주말 결과 발표할듯
전문가들 “여러 화학물질 결합한 새 독극물일땐 기존검사로 못밝혀”
김정남 시신을 부검한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식 사망원인 발표를 늦추고 있는 것은 살해에 쓰인 ‘미지의 독극물’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6일 김정남 시신 부검을 마치고 확보한 샘플을 분석기관에 넘겼다고 밝혔다. 분석에 최소 이틀이 걸리는데 17일인 금요일은 이슬람 주일이기 때문에, 빨라야 주말쯤에나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확실한 사인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발표가 더 미뤄질 수도 있다. 16일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김정남의 사인은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신호전달억제물질(신경억제제)의 경우, 극미량만 주입하거나 흡입·흡수시켰다면 샘플 분석에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을 지낸 박광식 동덕여대 약대 교수는 “즉사에 이르게 하는 물질이라면 신호전달억제물질이 쓰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이럴 경우 극미량으로도 살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체 어느 부위에서 샘플을 취했느냐에 따라 양이 너무 적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휘발성 있는 물질은 작용 후 증발해 버리기도 하고, 혈액 내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분해되기도 한다”며 “이럴 경우 분석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예 새로운 독극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공작기구에서 여러 화학물질을 결합해 신물질을 만들었다는 가정이다. 이 경우 기존의 검사방법으로는 검출해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따라서 검출방법 자체를 새로 고안해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 위해성평가연구과 심일섭 박사는 “기존에 알려진 독극물이라면 빠른 시간 내 확인할 수 있도록 시험 물질을 확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새로운 독극물이라면 이를 확인해줄 시험 물질이 없고 검출방법도 없기 때문에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기존 ‘독침 암살’에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진 브롬화네오스티그민도 치사량이 10mg에 이른다. 만약 흡입이나 피부 흡수로 김정남이 숨졌다면 이처럼 잘 알려진 물질이 아니라 새로 개발된 독극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인 도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사린이나 청산가스같이 이미 잘 알려진 독극물은 범행도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박성환 고려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일반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청산가리처럼 잘 알려진 독극물은 바로 검사해 확인할 수 있는 검사방법을 갖추고 있다”며 “단시간에 분명한 사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알려지지 않은 물질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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