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9일부터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면서 대(對)북한 제재의 고삐를 바짝 조일지 주목된다. 석탄은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최대 품목이자 전체 수출의 40%나 차지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이행되면 북한이 작지 않은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나온 중국의 대북 제재 중 가장 강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상무부가 18일(현지 시간) 홈페이지 공지에서 “19일부터 연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할 예정”이라며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미국의 대북 핵 억제 압박에 대한 선제적 대응 성격과 최근 발생한 ‘친(親)중파’ 김정남 암살에 대한 보복 성격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상무부의 북한산 석탄 수입 전면 중단 발표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다음 날 나왔다. 틸러슨 장관은 17일 회담에서 “중국이 사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안정을 해치는 북한의 행동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중국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시행을 염두에 두고 중국에 대북 영향력 행사를 압박한 것이다.
왕 부장은 하루 뒤 상무부의 조치가 발표되자 “중국 정부의 유엔 대북 제재 이행 의지는 변함이 없으며 그런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화답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미국의 요구에 응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5일에도 공업정보화부, 국가원자력기구, 해관총서 등 5개 부서와 공동으로 핵무기 등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에 대한 대북 수출 금지 리스트를 대폭 추가해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에 따라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도 ‘민생용 제외’라는 예외 조항을 두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은 2250만 t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15%가량 늘었다.
제재 허점 논란이 일자 중국은 지난해 12월 “2017년에는 2015년 기준 석탄 수출 총량 또는 금액의 38%에 해당하는 양(4억90만 달러어치 혹은 750만 t) 중 먼저 도달하는 기준으로 제한한다”고 양적 기준을 제시했다. 이럴 경우 올해 예상되는 수출량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이번에 ‘자발적’으로 전면 금지에 나섰고 특히 ‘이미 수송 중인 석탄’도 19일 이후에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등 충실한 대북 제재 이행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8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회의’에서 “북한 핵무장은 최종 단계에 근접하고 있으며 임계점(tipping point)에 다다르기까지 한두 해밖에 남지 않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위 당국자가 북한 핵무장 완료 시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윤 장관은 뮌헨 안보회의 ‘한반도 특별 세션’ 기조연설에서 “북핵 위협은 시한폭탄과 같다”며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를 되돌리지 못한다면 북핵 위협은 게임 체인저(판도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 머리 위에 다모클레스의 칼(말총 한 올에 매달린 칼)과 같은 ‘핵 검’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중거리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state sponsor of terrorism)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워싱턴 의회에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주로 공화당 일부 대북 강경파 의원들이 주장했지만 최근 초당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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