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윤완준 기자입니다. 동아일보 20일자 A5면 톱기사로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자 원장은 인터뷰에서 △김정남 피살 △북핵·미사일 문제 △사드 배치 △한중관계 △미중관계 △중국 강경외교를 둘러싼 비판에 대한 생각을 폭넓게 피력했습니다. 지면 사정으로 싣지 못한 부분을 포함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국민(김정남)을 살해하는 건 국가로서 못할 일이다. 중국은 당연히 북한이 저지른 일을 규탄할 것이다.”
중국의 국제정치 권위자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남 암살은) 북-중관계에 분명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김정남 살해가 잘못된 일이라고 볼 것이다. 북한 당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 역시 훨씬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 원장은 이날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한중미 협력을 위한 기회와 도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인터뷰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재단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중국 내에서 미중관계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자 원장은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중국 당국의 외교 정책자문기구) 위원이다.
그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도 미국의 선제타격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이라고 밝혀 무조건 사드 문제를 반대하는 중국 내 사드 강경론자들과는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북핵 문제에서 한미중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사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 “김정남, 북한 변고 발생 때 정치적 대안이었다”
―김정남 암살의 파장은?
“김정남은 중국과 한국에 가치가 있었다. 북한 내부에 큰 변고가 발생하면 상징성 있는 인물이 국면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이때 정치적 대안으로서 역할 할 수 있는 인물이 김정남이다. 그의 죽음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 미국 등 국제사회에 손실이다.”
―북한 정권 안정성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김정은은 이미 고모부(장성택)을 처형했다. 이번에도 김정은이 김정남 살해를 지시한 것이라면 정치적 측면에서 김정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권력에 대한) 지지를 얻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모두 ‘자기 가족도 죽였는데 다른 사람에 무슨 일을 못 저지를까’ 우려할 것이다. 북한의 (대외)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중국 엘리트와 고위관료들도 자신이 숙청당할 수 있다고 걱정할까?
“그렇다. 모두 걱정할 것이다.”
● “북한, 계속 도발하면 중국도 어쩔 수 없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선제타격 얘기가 많이 나온다.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이 특히 불신하는 정권이다.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타격이 핵·미사일 시설을 없앨 수 있다 해도 서울이 북한의 사정권에 있어 대가가 너무 크다. 지금 미국이 선제타격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이 중국과 한국을 설득해 선제타격을 지지하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많아진다.”
―미국이 선제타격을 계획하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려 경우 중국의 생각을 물어볼 것이다. 중국 정부의 견해는 미국의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 북한이 반대를 무릅쓰고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하면 중국 역시 (선제타격에) 어쩔 수 없다. 특별히 (선제타격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미국이 중국에 ‘어쩔 수 없이 선제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와 협력하자’고 말할 이유가 훨씬 더 많이 생긴다. 북한이 책임 있게 나오면 중국은 선제공격을 반대할 것이다. 미중이 어떻게 할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
―미국이 고려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에 대한 생각은?
“미국의 일관된 방식이다. 미국은 대북제재 효과가 있다고 본다. 중국도 유엔 결의안에 따라 북한을 제재하고 있다. 제재에 대해 갈수록 결연해지고 있다. 따라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제재 효과가 커진다면 (미중이) 이 방면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자 원장 인터뷰 다음날인 18일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 “지금이 미-중 북핵 협력 기회”
―북핵문제에서 미중이 어떻게 협력해야 하나.
“서로 공개적으로 (북핵 문제 책임론으로) 비판하는 건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어떤 방식으로 북핵 문제 해결할지 견해 차이가 있지만 소통을 강화하고 조화를 이뤄 구체적인 대응 조치에서 공통의 인식에 도달해야 한다.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미든 4자든 5자든 소통을 강화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중국과 미국 트럼프 정부와 소통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지금이 기회다. 트럼프가 얼마 전 ‘하나의 중국’ 존중 원칙을 밝혔다. 중국 정부가 그에 대한 인상이 좋다. 중미가 핵·미사일 문제 토론하고 협상해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가 이 기회를 얼마나 잘 이용할지는 모르겠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까.
“모두들 발사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북한이 이미 발사 기술을 가졌다고 본다. 나는 발사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 “중국은 사드 관련 한국에 악의 없다”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로 한국은 사드 배치를 더욱 강조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하는 게 자국 안보 도움 안 되는 것처럼 사드 배치 역시 한국의 안보에 불리하다. 서울의 안보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한중 간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인들은 중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못하게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중국은 강요하고 싶지 않지만 사드가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걸 우려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중국은 사드 문제에서 한국에 악의가 없다.”
―중국은 이미 경제 문화 한류 방면에서 한국을 사실상 제재하고 있다.
“한국이 사드 문제에서 중국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일종의 반응이다. 한국에 안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한국이 우리 이익을 고려해주지 않아 기분이 언짢다는 것이다. 자국 안보 이익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미국과 한국의 중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지 못해 한국에 좀 실망했다는 것인가.
“매우 실망한 것이다.”
● “북핵 해결 협력 통해 사드 문제 해결 가능”
―그럼 사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근본적으로 한국이 왜 사드를 배치하려 하는가. 북한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중이 함께 모여 사드 문제 말고 북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화해야 한다. 현재 미중 간 불신, 한중 간 불신이 많다. 이를 없앨 대화가 필요하다. 감정적으로 나오면 안 된다.”
―북핵 문제에서 협력할 때 사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한국 대선 뒤 한중 대화의 계기가 있을 것이다. 대선 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만나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해 안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북핵 해결에 진전이 있으면 배치를 연기하거나 배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 미국은 북핵 문제에서 중국과 협력하기를 원한다. 사드 문제를 강행하기만 하면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어떻게 협력하겠나.”
● “미국은 중국에 실망, 중국은 미국을 우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최근 바뀌었을까.
“안정된 미중관계를 위해 ‘하나의 중국’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내부적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이전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반드시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고 말하자 중국은 크게 우려했다. 그런 다음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중국이 ‘오! 매우 좋다’고 반응했다. 트럼프는 ‘내가 너희(중국) 정책을 받아들였으니 너희도 나를 도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게 그가 거래하는 방식이라고 본다. 트럼프는 지금 중국 정부가 자신을 도울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미중관계 전망은.
“미중 관계는 마찰이 많아질 것이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중국이 굴기(¤起)가 미국의 이익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본다.
원래 미중관계 발전을 지지하던 미국의 기업계들은 여러 이유로 미중관계와 중국에 실망했다. 미국 기업들은 최근 몇 년 간 중국의 (기업 관련) 정책이 미국 기업들을 차별대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내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여긴다. 미국 내 자유(무역)주의자들은 과거에는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 중국이 더욱 자유화되고 개방되고 민주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지금 중국 상황이 자신들의 애초 생각과 다르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들 역시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 그래서 대중국 강경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구실을 갖게 됐다. 미 정부의 대중정책이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중국은 인권, 법 문제 등 국내 문제와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국제 문제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거나 간섭해 정치적 안정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우려한다. 전체적으로는 미중이 양국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매우 크기 때문에 미중 충돌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제한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충돌을 피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 ”중국, 주변국가 더욱 안심할 수 있게 해야“
―중국의 강경외교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중국이 굴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가규모가 크기 때문에 굴기 과정에서 주변국가들이 중국의 (굴기) 방식에 매우 민감해한다. 자국 이익을 보호한다는 중국의 방식은 다른 국가의 방식과 비슷하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문제에서 일본, 베트남, 필리핀 모두 자국 이익을 주장한다. 모두가 그렇게 하지만 중국이 하면 모두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 역시 주변국과 관계를 다룰 때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주변국가가 중국에 대해 더욱 마음을 놓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