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한 그가 빨리 손씻으라 했다”
新 독성물질로 사망시각 통제한듯… 새 검출법 찾아야 해 시간 걸릴수도
사망까지 30여 분 걸린 김정남 독살 폐쇄회로(CC)TV가 공개되면서 사망 시각을 통제해 자연사처럼 보이게끔 한 신종 맹독성 물질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CTV 영상에 따르면 김정남이 암살용의자 도안티흐엉(29·베트남 여성)과 시티 아이샤(25·인도네시아 여성)로 추정되는 여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시간은 단 2.33초. 두 여성은 각각 김정남의 머리를 제압하고 헝겊과 같은 물체를 씌운 뒤 벗기고 곧바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사라진다. 여성들의 행동과 짧은 시간을 감안할 때 독극물은 흡입·흡수 등의 경로로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공격 직후 김정남이 공항정보센터로 걸어가 상황을 설명하고 공항경비를 따라 의무실로 향하는 등 2분 30여 초 동안 비교적 정상적인 거동을 보였다는 점이다. 공항 피습에서 사망까지 걸린 시간은 30분가량이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황승율 박사는 “피부로 흡수하는 독성은 그 효과가 가장 느리긴 하지만 치사량을 접촉했다면 1분 이상 걷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김정남 피살사건에 가담했다가 체포된 두 여성 용의자가 독극물로 인해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현지 중국어 신문 중국보가 20일 보도했다. 두 여성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우리가 김정남에게 장난을 친 뒤 곧바로 몸에서 따갑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그가 우리더러 빨리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으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그’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체포된 리정철과 도주한 4명 등 북한 국적 용의자 중 한 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보는 여성 용의자들이 지시대로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으나 통증이 계속됐고 두통도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일단 전문가들은 독극물의 종류가 신경독성물질일 것으로 보고 있다. 1994년 일본 옴진리교 신자들이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 VX가스가 대표적인 신경독성물질이다. 피부에 닿거나 흡입하면 1분 안에 중추신경계가 마비돼 목숨을 잃는다. 이를 희석해 사용하면 사망 시각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부검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으로 볼 때 전혀 새로운 독성 물질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김정남 살해에 사용된 독극물에 관해 네오스티그민, 청산가리, 리신, 테트로도톡신, 신경작용제 등을 언급하면서 “언론에 회자된 이들 5가지 종류의 독극물 중 1개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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