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21일 김정남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증거나 독침에 찔린 상처가 없다고 밝혔다. 김정남이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지만 15일 부검을 시작한 지 7일째가 되도록 명확한 사인이 규명되지 않은 것이어서 김정남의 사인이 미스터리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누르 히샴 압둘라 말레이시아 보건부 보건총괄국장은 이날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병원에서 부검 관련 첫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자 시신에는 심장마비의 증거나 (뾰족한 것에 찔려 난) 구멍 자국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장한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나 국내외 언론이 보도한 독침 사용 가능성을 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둘라 국장은 “사망자의 신원과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지문 및 치과 샘플 등을 확보해 공인된 연구소에 보냈다. 우리는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김정남이 어떤 독물로 살해됐는지 여전히 판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 측의 부검 조작론에 대응해 부검이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행됐음을 강조했다.
압둘라 국장은 “경찰이 전 부검 과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경험 있는 법의·병리학 전문가와 법의학 방사선 전문의, 법의학 치의학자가 부검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신 컴퓨터단층촬영, 내·외부의 부검, 법의학 치과검사를 거쳤으며 모든 과정은 국제 기준에 따라 전문적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말레이시아가 적대 세력(한국)과 공모해 (부검에서) 뭔가를 숨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김정남의 아들 한솔이 쿠알라룸푸르병원에 왔다는 내외신 보도도 확인하지 않았다. 압둘라 국장은 “현재 사망자의 친족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없다. 우리는 아직도 친족이 방문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망자의 신원을 김정남으로 특정하지 않고 “파악 중”이라며 북한의 주장대로 여권에 적힌 이름 ‘김철’을 사용했다. 압둘라 국장은 신원을 확인해 줄 유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치아 구조와 의료 기록, 수술 흔적, 반점 등을 살펴 신원을 파악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망자 의료 기록에 대한 접근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해 유족이 협조하지 않으면 사망자가 김정남임을 밝힐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부검 결과는 이르면 22일 나올 것으로 현지 언론이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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