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주민들 대상 강연회
“앞으로 中 믿으면 안된다” 강조… 통상 노동당 선전부서 지침 하달
김정남 살해 소식도 차단 나서
북한이 최근 북-중 국경 일대 기업들을 상대로 ‘조중(북-중)관계의 파국을 준비하라’는 내용의 군중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대북 인터넷 매체 데일리NK가 2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평북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신의주시 인민위원회 산하 기업소에서 열린 군중 강연에서 ‘중국과의 사이가 이전보다 더 좋아지진 않을 테니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여러 번 강조됐다”고 전했다. 강연에서는 “조중 관계가 최악이니 파국을 준비하라는 말까지 나왔고 앞으로 중국을 전혀 바라볼 수 없고 믿어서도 안 된다는 내용이 여러 번 강조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강연은 직원이 100명 이상인 기업소들을 상대로 진행됐으며 우리의 자강력으로 강성대국을 이루자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전했다.
통상 북한의 강연 자료는 노동당 중앙선전부에서 작성돼 하달되기 때문에 북한 전역에서 같은 내용의 강연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함북 회령시 유선노동자구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강연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북-중 교역만큼은 계속될 것이란 생각에 국제사회 제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왔던 사람들이 갑자기 ‘중국도 믿지 말라’는 내용의 강연이 진행되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은 김정남 살해 소식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긴급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은 신의주 소식통을 인용해 “무역업자들과 불법 밀수를 통해 국경 지역에 김정은의 형(김정남) 살해 사건이 빠르게 확산되자 국가보위성에서 검열이 내려왔다”고 보도했다. 검열단은 각 인민반을 돌며 “남조선으로 도망친 탈북자들과 내통하는 자들에 대한 신고 체계를 세우는 동시에 그 어떤 유언비어도 확산시키지 말고 보고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국경경비대에도 같은 내용이 전달됐고, 군인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감시조’를 새롭게 조직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군관 한 명과 초급 간부·병사 두 명이 한 조가 된 감시조는 군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북한 당국이 국경을 감시하는 장병을 믿지 못해 이들을 감시하는 조직을 만든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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