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무심코 페북 친구신청 수락했다가 SNS 한국인 친구로 알려져 봉변
사이버연좌제 우려 인맥 정리 나서
최근 직장인 A 씨는 황급히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 속 ‘일면부지 인맥’을 정리했다.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리정철 것으로 알려진 페이스북 계정이 공개되자, 페이스북에서 “리정철을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부터 “한패 아니냐”는 막말까지 듣는 봉변을 당한 것이다. A 씨는 과거 잘 알지도 못하는 리정철로부터 ‘친구 신청’이 와서 아무 생각 없이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것이 ‘죄’라면 죄였다.
김정남 암살 용의자들과 단순히 아는 사이이거나 ‘온라인 친구’를 맺은 한국인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연결고리로 싸잡아 비난받는 ‘사이버연좌제’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앞서 국내외 언론은 암살 용의자 도안티흐엉이나 리정철 등의 SNS 계정을 공개했고, 한국인 친구(또는 SNS상 친구)와의 관계, 행적이 보도됐다. 외신은 ‘(흐엉의) 친구 65명 중 20여 명이 한국인’, ‘(흐엉은) 복수의 한국 남성과 교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리 씨 추정 페이스북 계정이 공개된 후 ‘친구’ 28명 중 7명이 한국인이라고 알려지자 이들에게 관심이 쏠렸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북한 김일성대 출신 페이스북의 리정철은 김책공대 출신 용의자 리정철과는 다른 인물이다. 또 친구 관계라 해도 대부분 친구 신청을 수락했을 뿐 관계자라는 정황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떠나 일부 누리꾼은 이들에게 유유상종이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어떤 식이든 관계 맺은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논리다.
A 씨는 “(보도가 나간 뒤) 갑자기 시달려 당황스럽다”며 “가족들에까지 화가 미칠까 무섭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흐엉을 두 번 본 적이 있다”고 한 흐엉의 한국인 페이스북 친구 C 씨도 “그의 나이, 직업도 모른다”고 황당해했다.
사이버연좌제 논란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태극기 집회에서 ‘휘문고 재학생’으로 알려진 고교생의 ‘탄핵 반대’ 연설 동영상이 공개됐다. 온라인에서 휘문고 학생 및 관계자들이 ‘나쁜 보수집단’으로 몰리며 논란이 일자 휘문고는 “본교 학생이 아니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정작 그 학생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 이름을 제대로 말했는데 ‘휘문고’라고 잘못 알아들은 누리꾼들이 ‘문제’를 일으킨 셈이었다.
김정남 암살 사이버연좌제 논란은 공격 대상이 혈연, 학연을 넘어 ‘SNS 친구’로까지 번진 최초 사례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폐지된 연좌제의 유습이 여전히 자의적인 차별, 배제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기준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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