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모두 세 차례 북한 당국과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다. 올해 5월 비밀접촉은 ‘제3라운드’였던 셈이다.
정상회담 논의 제1라운드는 2009년 8월 고 김대중 대통령 조문단으로 서울을 방문한 김양건 당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임태희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현 대통령실장)에게 연내에 정상회담을 하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제안을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임 실장은 그해 10월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부장을 다시 만나 일종의 정상회담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임 실장의 싱가포르 비선(秘線) 접촉이 일부 언론에 알려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정부 내에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비선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을 할 수는 없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이 나서도록 지시했다. 김천식 당시 통일부 정책국장(현 정책실장) 등 당국자들은 그해 11월 7일과 14일 두 차례 개성공단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비공개 접촉을 가졌다. 그러나 식량 지원, 국군포로와 납북자 귀환 등의 이견으로 결렬됐다. 북측은 이후에도 여권 인사들을 접촉했으나 더는 진척되지 않았다.
정상회담 논의 제2라운드는 지난해 3월 26일 일어난 천안함 폭침사건 수습 과정에서 진행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9월 12일 “지난달 중순 개성에서 한국 정부의 고위 관료와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 등이 비밀접촉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대북 소식통도 “남북 최고위급 당국자들이 올해 6월 이후 세 차례 개성에서 비밀대화를 했다”고 전해 국가정보원의 원세훈 원장 또는 김숙 1차장이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남북은 이 고위급 대화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견만 확인하고 헤어졌고, 북측은 또다시 정치권 비선을 동원해 ‘정상회담을 하자’며 청와대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단절됐다. 북한이 대화와 무력도발을 반복하는 특유의 ‘이중 전술’을 펴자 통일부는 12월 29일 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를 ‘위장 평화공세’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당시 통일부의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이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제3라운드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월 2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지금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느냐’는 민주당 장세환 의원의 질문에 “정상회담 추진 시도가 있는지 없는지는 공개된 자리에서 밝힐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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