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제안 비밀접촉 공개]北, 막가파식 폭로… 방중이후 자신감? 南 편든 中에 항의?

北 의도-향후 전망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비공개 접촉 과정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이는 정상회담 협상을 결렬시키겠다는 공개적인 의사표현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런 ‘막가파식 까발리기’는 정상적인 국가 사이에선 유례를 찾기 어렵다.

○ “북한 페이스로 남북관계 끌고 가기”

북한이 남북 간에 논의된 정상회담 협상 내용을 노골적으로 공개한 것은 한국 정부에 톡톡히 망신을 안겨주겠다는 의도를 다분히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이런 폭로를 통해)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자신들의 페이스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와 무관한 사건과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를 두고 사과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동안 천안함 사건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수차례 밝혀왔던 만큼 이런 태도를 뒤집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예비군훈련장과 야전부대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사진이 붙은 사격 표적지를 사용한 데 대한 불만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정권 수뇌부를 겨냥한 비난에 대해선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격한 반응을 보여왔다.

북한이 최근 김정일의 중국 방문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체제 지원 약속을 받고 강한 태도로 돌변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체제 보장을 받은 뒤 결단을 내린 것 같다”며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강경한 대남 공세로 나설 자신감을 가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시위 성격의 강경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중국으로부터 별다른 지원 약속도 받지 못한 채 남북관계 개선 압박을 받자 이에 불만을 가진 북한이 중국을 겨냥해 대남 강경책으로 나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전례도 없고 국제관례에도 어긋나는 북측의 일방적 폭로는 남측 정부에 기습적인 강펀치를 날림으로써 남남(南南)갈등을 이끄는 효과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남측이 겉으로는 북한의 사과를 의연히 기다리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대남 심리전에서 효과를 거두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 북한, 대화 아닌 도발 나설까

북한은 당분간 대화보다는 긴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연평도 포격 이후 올해 들어 대남 유화공세를 펴왔지만 다시 공세적 도발로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지적 도발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대상을 목표로 물리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연평도 포격에 이은 북한의 추가 무력도발은 북한의 입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소규모로 인명 피해를 피하는 방식의 도발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남측의 양보를 기다리며 당분간 숨고르기에 나설 수도 있다. 남측의 반응에 따라 극적인 전환을 노릴 가능성도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베이징 조중 수뇌회담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 목표 견지,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추구 정책방향이 확인된 직후 동족대결정권을 향한 최후통첩이 나왔다. 조선이 정세의 긍정적인 발전을 바라고 있음은 명백하다”고 밝혀 남측에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