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하순 장관급회담→6월 하순 판문점에서 정상회담→8월 하순 평양에서 정상회담→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
정부는 이 같은 정상회담 수순을 부인했지만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올해 2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북한의 조치를 전제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북한 핵문제까지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측이 제의한 정상회담에 비핵화 회담이 포함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정상회담의 성격상 비핵화 문제가 당연히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남북대화에서 비핵화를 논의하는 남북 비핵화 회담과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투 트랙’으로 진행할 것인지, 함께 논의할 것인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해 왔다.
이런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지 않는 한 북한이 두 현안에 대해 남북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북한이 핵 문제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의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만큼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미끼를 던져야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정부 당국자들은 4월부터 “남북 비핵화 회담을 북핵 6자회담의 틀 안에서만 보려는 것은 달갑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남북 비핵화 회담이 6자회담 수석대표 간 회담 형식이 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던 것이다.
또 당국자들은 ‘남북대화 우선’ 전략에 북한이 호응해 오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면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 주장이 관련 국가들 사이에 설득력을 갖게 돼 한국이 불리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국의 대북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지만 최근 대북 식량지원 문제로 한미 간에 ‘전술적 이견’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접촉의 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비핵화 합의를 비교적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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