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본회의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우리 정부가 (남북 간 비밀접촉에서) 1만 달러(1080여만 원)를 (북한에) 지불했고 그것은 교통비와 호텔비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런 정보를 대북소식통으로부터 얻었다고 밝혔지만 당초 예고와 달리 비밀접촉 참석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비밀접촉) 당시 북측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을 하는 것을 고려하기로 하는 등 거의 사과 직전까지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총리는 “(그런) 사실 관계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김 총리는 “비밀 접촉 사실은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북측의 폭로) 직전에 보고받았다”고 대답했다.
○ “정상회담 집착 버리라”
이날 여야 의원들은 남북 비밀접촉에 대해 한 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이번에 폭로된 남북정상회담 제의방식을 보면 ‘돈봉투’, ‘정상회담 구걸’ 등 지난 정권들의 협상행태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정상회담에 대한 잘못된 미련과 집착을 버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비밀회담을 했으나 협상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국제 망신을 당했고 남북관계도 파국을 맞았으니 통일부 장관도 사표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몰아붙였다.
○ “정상회담 애걸, 매수 없어”
이에 대해 김 총리는 “북한이 발표한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을) 애걸하거나 돈봉투로 매수한 것은 아니다”고 다시 강조했다. 김 총리는 “북한이 밝힌 내용은 상당히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돈봉투’ 언급을 북한이 보면 굉장히 즐거울 것”이라고도 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전대미문의 무책임한 폭로행태이자 저잣거리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라며 “북한의 폭로 의도는 남한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남남 갈등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애걸복걸했다면 (북한이) 이런 식으로 폭로했겠느냐”고 반문했다.
○ “SOFA, 필요시 개정 노력”
김 총리는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의혹에 따른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에 대해 “이번 사태를 해결·정리하는 과정에서 SOFA 규정 중 미흡한 부분을 검토해 필요시 개정작업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군은 (현재) 축구 감독이 둘이 있는 것과 같다”며 국방개혁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김 장관은 “(미국과 달리) 대한민국은 좁은 공간이어서 (군정권과 군령권이 나눠진 현재 체제 대신) 통합 지휘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비밀접촉을 했다고 해도 반드시 녹취록이 있다. 북한이 녹취록을 공개할 수도 있다”며 “제가 생각할 때는 항상 녹취록이 있어왔다. 제가 특사, 밀사를 할 때도 녹취를 다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비밀접촉의 상세한 내용을 밝힐 녹취록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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