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 북한의 비밀접촉 공개 위협은 북한 권력 내부의 이상 징후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신들이 ‘비밀접촉’이라고 밝혔으면서도 이를 비밀리에 녹음해 공개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스스로 ‘믿을 수 없는 존재’임을 선전하는 자해(自害) 행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북한이 자살골을 넣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 소식통은 10일 “북한이 이번 비공개 접촉을 폭로하고 나선 결정 과정에는 전략적인 판단이나 이성적인 고민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비밀접촉 폭로로 북한이 얻을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비록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런 막무가내식 폭로는 북한이 원하는 대로 앞으로 남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북한을 믿고 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고 여기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최근 행보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특히 군부 내 갈등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3대 세습을 위한 군부 재편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현재 기류는 남북관계나 다른 외교적인 고려보다는 군부의 문제가 상위 개념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력구도 재편 과정에서 생긴 군부 내 갈등으로 다른 문제를 고려할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도 이날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 위협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제관례에 비춰 비상식적인 녹음기록이 있다면 공개하라”며 “향후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를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몽니’식 외교와 막무가내식 행태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할 것”이라며 “치기 어린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성명에서 “통상 국제관계에서도 정상회담을 위해선 다양한 외교접촉이 있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기본적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녹취록 공개는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명박 정부도 북한의 폭로에 민감하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비밀접촉 공개협박은 국제 관행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회담 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행위도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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