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과 녹음 자료, 사전 준비 회의, 사후 조치 회의 관련 자료와 보고서를 전부 제출하라’는 자료제출요구안 처리를 위해 막판까지 표 단속에 애를 썼다. 회의록 공개를 둘러싸고 벌인 비난전이 무색하게 양당은 이날 요구안 본회의 통과를 위해 ‘초당적(?) 협력’을 펼친 것이다.
○ 역풍 우려해 ‘표 단속’ 나선 여야
전날인 1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회담 회의록 원본 공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을 때에도 실제로 자료제출요구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가 가능한 데다 양당 안에서도 “정상 간 대화록의 공개는 두고두고 외교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등 반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요구안의 본회의 통과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요구안을 본회의까지 올려놓고 통과시키지 못하면 ‘실제로는 공개 의지도 없으면서 정쟁 소재로만 이용했던 것 아니냐’는 역풍이 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비록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굴한 태도를 보였다손 치더라도 회의의 전체적인 맥락과 사전 준비 과정을 보게 된다면 NLL 포기 발언을 한 게 아니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김한길 대표는 통상적인 ‘권고적 당론’보다 수위가 높은 ‘강제적 당론’으로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당부했다. 반대 의원에게는 징계를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였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역시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당에서 모을 수 있는 찬성표가 130표도 안 된다”며 우려했다. 민주당이 요구안 찬성을 강제적 당론으로 확정했다는 소식을 이날 오후 2시 40분경 본회의가 열린 뒤에야 전해 들은 새누리당은 본회의를 잠시 정회하고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론 처리를 결의했다.
○ 면책특권 이용해 일반 공개할까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자료제출요구안에는 반대 17표와 기권 2표가 나왔다. “외교 후진국으로 낙인찍힐 것”이라며 줄곧 공개에 반대해 온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 17명이 반대했으며, 민주당 김영환 의원과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기권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을 자청하고 “민족적 이익과 한반도 평화에 직결되는 문제가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가 국가기록원이 갖고 있던 자료를 받는 것은 진통 끝에 결정됐지만 국회가 열람용으로 제출받은 자료 내용을 외부에 어떻게 공개하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정식으로 요구서가 접수되면 법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장과 국회 해당 상임위 여야 간사 등이 협의해서 열람 인원, 방식, 범위 등을 정하게 될 것”이라며 “많은 기록물 사이에서 필요한 기록물을 검색하고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협의가 잘된다고 하더라도 2, 3일 안에 열람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회의원이 열람하더라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열람자가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 또는 7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해진다. 이 때문에 ‘국회 위원회에서 일단 자료를 외부에 공개한 뒤 국회의원이 국회 안에서 직무와 관련해 한 발언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는 면책특권을 이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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