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상회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의원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문 의원 측도 소환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5, 6일 무렵 문 의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2일 문 의원에게 이번 주에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최대한 일찍 나와 달라는 뜻을 문 의원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5일)이든 모레(6일)든 가급적 빠르게 소환에 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지난달 10일 “검찰은 짜 맞추기식 수사의 들러리로 죄 없는 실무자들을 소환하지 말고 나를 소환하라”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었다.
검찰은 문 의원을 상대로 회의록이 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는지, 노 전 대통령의 회의록 삭제 지시가 있었는지는 물론 삭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문 의원이 정상회담 회의록 작성과 삭제 시점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정상회담 실무를 주도한 데다 회의록의 작성과 보관, 이관 등의 과정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이미 노무현 정부 인사 수십 명을 소환해 조사를 다 마치고 결과를 낸 상황에서 문 의원을 소환하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저의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문 의원 소환 조사를 마지막으로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13일로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는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취임하기 전 수사 결과가 발표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대통령기록물 755만 건을 압수수색한 결과 회의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로 가져간 ‘봉하 이지원(e知園·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에서 수정본(최종본) 형태의 회의록 1부를 발견했고, 1차 완성본은 삭제된 흔적을 발견해 이를 복구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정상회담에 배석해 회의록 작성을 책임졌던 조명균 전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 ‘봉하 이지원’ 구축을 맡았던 김경수 전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 초대 대통령기록관장을 지낸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 노무현 정부 인사 30여 명을 잇달아 소환 조사했다. 특히 조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회의록 수정본을 이지원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러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의 진술이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실수로 회의록이 삭제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고의적으로 회의록을 삭제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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