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007년에 이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4월 말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대(代)를 이어온 북한의 정상 가운데 김정은이 최초로 한국 땅을 밟게 되는 것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핫라인을 구축하고 전화 통화를 갖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다시 한반도 운전석에 앉게 될지 여부는 이 정상회담 성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평양 아닌 판문점 남측에서
당초 청와대는 김정은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신중한 기류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김정은이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방북을 제안하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원칙적 수락 의사를 보이면서도 북-미 대화를 위한 여건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에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 특사단에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정상회담은 급물살을 탔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 정상회담의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됐다는 것. 이에 특사단은 북측과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취임 1주년(5월 10일) 전에 정상회담을 갖는 데 남북이 잠정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다른 점은 남북 정상이 만나는 장소다. 김정은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지만, 문 대통령은 특사단을 통해 “우리 측으로 오라”고 역제안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이 떠나기 전 내부 회의에서 정상회담 장소를 서울이나 제주로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김정은의 남측 방문을 제안한 것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국면을 만들지 못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도 있다.
○ ‘비핵화’, 정상회담 제1의제 가능성
정 실장은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사무실이 있는 청와대 여민1관 3층과 김정은의 사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 본관 책상에 직통 전화가 놓이는 것이다. 우발적 충돌이 한반도 긴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면이 잘 조성된다면 한미 정상 통화처럼 남북 정상 통화도 자주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기본 설비 작업이 끝나는 3월 말경 첫 통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통화에서 정상회담 의제 등을 사전에 조율할 수도 있다. 3차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제는 역시 비핵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비핵화 뜻을 밝히긴 했지만, 4월 말까지 구체적인 행동이 없다면 다시 원점에서 논의를 해야 할 수도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도 북-미 대화의 진척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굉장히 신뢰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대화 의지 등 진전된 합의를 도출한 것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방남한 김여정,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을 통해 김정은이 우리의 입장을 알고 있었고, 특사단에 그 답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면서 4월부터 5월 30일까지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종료 시점이 언제가 될지도 관건이다. 군 관계자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조기 종료될 가능성에 대해 “일단 정 실장이 백악관과 논의를 해야 종료 시점을 알 수 있다”며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면 훈련도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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