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가진 언론사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차원 방정식이 될 비핵화 로드맵 합의에 적지 않은 난관이 있는 만큼 남북이 정상회담에서 자신감을 갖고 큰 틀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표현으로 세부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 文 “북한 주한미군 철수 조건 없어”
문 대통령은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의 종식, 그 다음에 자신에 대한 안전보장, 그것을 말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과거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핵동결 선에서 미국과 협상하려고 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단계에 따라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 등 보상을 ‘매칭’하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서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의 회동에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북-미 간 이견이 여전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경제보상은 주변국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대북제재로 한국의 대북 경제지원이 어려운 만큼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이 북한 경제개발에 공동 참여하는 방식으로 북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
문 대통령은 “(비핵화의) 궁극의 목적은 남북의 공동번영”이라며 “그 부분은 북-미·북-일 관계발전과 함께 가야 되는 것이고 중국까지도 지지하면서 동참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의 경제개발이라든지, 발전에 대해서도 이제 남북 간 협력 차원을 넘어서서 국제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현실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3단계 구상 재확인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며 남북이 정전체제 종식에 합의한 뒤 종전선언, 북-미 비핵화 합의 및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3단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구상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한반도 운전석론’이 북핵 위기 국면 전환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대다수 국내외 언론은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과 맞서려 한다고 예측했다”며 “심지어 4월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남북관계가 다시 파탄날 것이라는 4월 위기설이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흘러가는 정세에 우리 운명을 맡기지 않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려는 의지와 노력이 상황을 반전시켰다”고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남북 정상회담준비위원회 회의를 열고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공식 수행원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20일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에 설치돼 시험통화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조만간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첫 전화 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또 24∼26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각각 정상회담 리허설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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