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3시 14분 청와대 여민1관 3층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옆 회의실. 송인배 제1부속실장이 전화를 걸자 하얀색 수화기 너머로 북한 국무위원회 담당자의 깨끗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948년 남과 북에 단독 정부가 들어서며 분단된 지 70년 만에 남북 정상을 잇는 ‘핫라인(직통전화)’이 연결된 순간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언급한 ‘미답(未踏·가보지 않은)의 길’이 첫 테이프를 끊은 셈이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역사적인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연결이 조금 전 완료됐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전화 연결은 매끄럽게 진행됐고 전화 상태는 매우 좋았다”며 “마치 옆집에서 전화하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시험통화는 모두 2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먼저 송 실장이 북한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한 뒤 이어 북한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통화상태를 점검했다. 첫 통화에서 송 실장은 “서울은 오늘 아주 날씨가 좋다. 북측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고 북한은 “여기도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송 실장은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라며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며 통화를 마쳤다.
청와대는 핫라인이 문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을 비롯해 관저 등 청와대 어디서나 유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 핫라인에는 한미, 한중 정상 간에 설치된 핫라인처럼 음성신호를 음어(陰語)로 바꿔 외부인이 전화선에 접근해도 도청할 수 없도록 하는 ‘비화(秘話)’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번 핫라인 설치로 남북은 판문점 직통전화와 국가정보원 직통전화, 군 서해·동해 통신선에 이어 5번째 직통 연락선을 갖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초 핫라인을 이용해 김정은과 첫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엿새 남은 남북 정상회담의 막바지 조율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 주초 3차 실무회담을 가진 뒤 고위급 회담을 하거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 특사단이 다시 북한을 방문해 비핵화와 정전체제 종식,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등 핵심 의제를 정상 선언문에 담는 방안을 놓고 협의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같은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해도 핵 시설과 핵무기 폐기와 검증 과정이 ‘딜브레이커(Deal breaker·협상 파기 요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핵화 합의문에 북한의 비핵화 이행조치를 ‘타임라인’과 함께 최대한 상세하게 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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