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는 북한의 전격 발표에 청와대는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기습 발표 의도와 코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에 미칠 파장 등을 분석하느라 바쁜 분위기였다.
특히 청와대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의 경우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큰 틀에서 합의한 뒤 그 이행 조치를 논의하는 단계에서 언급될 줄 알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토요일 새벽에 ‘선수’를 치자 문재인 대통령은 일요일인 22일 예정에 없던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회의를 소집하고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섰다.
○ 靑 “北, 경제적 지원 의도 더 명확해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발표 내용에 대해 “김정은이 들고 있던 여러 장의 카드 중 한 장을 정상회담 전에 미리 공개한 것”이라며 “그만큼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를 둘러싼 여러 실질적인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이어 방북한 우리 측 대북 특사단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에게 비핵화 의지를 밝힌 김정은이 한 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방법까지 언급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김정은의 이 같은 조치는 비핵화에 따른 대가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확실하게 이끌어내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정은이 기존의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벗어나 경제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도 비핵화에 따른 군부 등 북한 내 일각의 반발을 무마하면서도 북한이 바라는 릴레이 정상회담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은이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면서도 핵 포기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은 핵 포기와 경제적 지원의 ‘빅딜’을 염두에 두고 마지막 협상 카드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그려왔던 시나리오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핵 포기와 비핵화만이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선언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을 약속해야만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오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청와대로 불러 점검회의를 가졌다. 청와대는 전격적인 핵실험 중단 등을 결정한 김정은이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파격적인 제안을 꺼내들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 관심은 남북 정상 간 첫 통화와 추가 방북
남북 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청와대도 막바지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3차 남북 실무회담이 열린다. 24일에는 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첫 리허설이 열린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의 최대 관심사는 남북 정상 간 첫 통화와 우리 측 인사들의 추가 방북 여부다. 20일 시험 통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언제든 두 정상이 수화기만 들면 통화할 수 있는 상태다. 또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개최 직전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도 아직 열려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주초 두 정상이 전화 통화를 갖고 우리 측 인사들의 추가 방북을 논의하고, 곧바로 정 실장이나 서 원장이 방북해 최종 의제를 결정짓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만남 순간 등이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언론과 전 세계 누구나 모바일을 통해 회담 관련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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