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9시 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인 높이 5cm, 폭 50cm의 콘크리트 연석 앞에 섰다. 그 앞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다리고 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악수한 뒤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그것도 걸어서 한국 땅을 밟는다.
○ 김정은, 하루에만 4번 이상 MDL 넘을 듯
평양에서 판문점까지의 거리는 200km가 넘는다. 김정은은 하루 전인 26일 판문점 인근 개성으로 가 머물다 회담 직전 판문점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정부 소식통은 “개성의 ‘자남산 여관’을 리모델링해 김정은이 하루 머물 숙소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300m가량 떨어진 MDL 인근에 도착해 걸어서 경계선을 넘는다. 문 대통령이 직접 건너가 MDL 중간 지점에서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
전통의장대 호위를 받으며 도보로 이동하는 두 정상은 9시 40분 남측 ‘판문점광장’에서 의장대 사열 등 공식 환영식을 갖는다. 환영식 직후 평화의집으로 이동해 1층에서 방명록 서명, 기념 촬영을 함께한 뒤 같은 층 접견실에서 환담을 나눈다.
정상회담은 10시 반부터 2층 회담장에서 시작한다. 회담장은 새로 단장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상회담 리허설 이후 브리핑에서 “회담장에 아직 새집 냄새가 남아 그 냄새를 빼려고 난방 온도를 최대한 높였다”며 “양파와 숯도 곳곳에 깔고 선풍기까지 동원해 냄새를 뺐다”고 설명했다.
오전 회담 후 김정은 등 북측 인사들은 MDL을 넘어 북측에서 따로 점심식사를 한다. 오후에 있을 두 번째 정상회담과 협상문에 비핵화 항목을 어떻게 명시할지를 놓고 양측이 마지막 ‘작전 타임’을 갖는 것이다.
○ 오후 사실상 단독회담으로 비핵화 담판
오찬 후 두 정상은 소나무를 심는다. 식수 장소는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황소 1001마리를 이끌고 방북했던 ‘소 떼의 길’. 식수목은 정전협정을 체결했던 1953년에 심어진 소나무다. 남북 화합의 의미로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섞어 식수한 뒤 문 대통령은 북측이 가져온 대동강 물을, 김정은은 우리 측이 준비한 한강 물을 준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란 문구와 함께 두 정상의 서명이 들어간다.
공동 식수 직후 두 정상은 MDL 표지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하며 담소를 나눈다. 한반도기를 상징하는 하늘색으로 새로 단장한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후 중립국 감독위원회가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판문점 습지 위에 만들었다. 두 정상은 수행원 없이 이곳에서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두 정상은 이후 오후 회담을 갖고 최종 담판에 나선다. 두 정상만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거나 배석자를 1, 2명으로 줄여 사실상 단독회담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비핵화 합의 수준에 따라 발표문을 작성한다. 우리 측은 ‘판문점 선언’으로 명명되길 바라고 있다. 두 정상이 비핵화 합의를 선언문에 담고 공동기자회견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 만찬에 박용만 상의회장 등 기업인도 참석
회담이 끝나면 두 정상은 오후 6시 반부터 평화의집 3층에서 환영 만찬을 갖는다. 북측에선 김창선 서기실장 등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 25명 안팎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만찬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참석한다. 최근 박 회장은 전문가들을 초청해 콘퍼런스를 여는 등 남북관계 변화에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 현대차, LG, SK 등 개별 기업들은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가 만찬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당장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을 논의한다기보다는 북한이 향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개성공단 재개 등 제재 완화 상황에 대비해 기업인 참석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후에는 평화의집 앞마당에서 환송 행사가 이어진다. 평화의집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3차원(3D) 동영상이 상영된다. 이후 김정은 일행은 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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