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핵보유국 지도자 인정 원해 ‘北비핵화’ 언급 안한것… 北서 판문점은 美가 ‘항복문서’에 서명한 승리의 장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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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前공사 CNN 인터뷰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사진)는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인 26일 CNN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에서 원하는 것은 새로운 핵보유국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남북 정상회담 취재차 한국에 파견된 CNN 간판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김정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핵보유국 지도자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그가 ‘북한의 비핵화’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은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며 “(이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모든 핵무기가 철수하는 것뿐 아니라, 한반도나 그 주위에 그 어떤 임시적인 핵무기 전개도 금지된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한반도에 핵무기가 상시 배치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넘어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전제로 하는 한미·미일 동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판문점 선언에는 태 전 공사가 지적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이어 그는 “북한 외무성도 지금까지 수차례 ‘한반도 비핵화’를 진행하겠다고 언급하며 ‘한반도 비핵화’는 전 세계의 비핵화가 있을 때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핵보유국들이 비슷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반도 비핵화’가 시작될 수 있으며) 이는 북한 비핵화의 시간표가 다른 핵보유국의 비핵화 과정에 의도적으로 맞춰져 있다”라는 지적이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택한 이유도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에서 판문점은 미국이 ‘항복 문서’에 서명한 승리의 상징이다”라며 “김정은은 판문점에서 핵보유국 지도자로 등장해 환영을 받고, 북한 선전매체들은 이를 그의 정권 유지를 위해 사용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판문점을 ‘평화의 상징’으로 이해하는 것과는 해석이 다르다는 뜻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태영호#남북 정상회담#김정은#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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