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등 미 정부는 ‘대북 압박 풀지 않지만, 비핵화 진의는 신뢰’
반면 한반도 전문가들은 ‘비핵화 로드맵이 없지 않느냐’며 불신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합의가 발표되면서 미국 워싱턴은 ‘과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을 놓고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는 “‘완전한 비핵화’의 순간까지 압박을 풀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진의에 대해서는 신뢰하는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싱크탱크 전문가들과 언론, 의회 일각에서는 과거 북한의 합의 파기 사례와 함께 비핵화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불신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북한과 직접 물밑에서 대화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전문가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 격차가 이런 논란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북한이 스스로의 입으로 어떻게 비핵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점 때문에 빚어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 공동회견에서 ‘김정은이 미국을 속이고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멀리 진전돼온 적이 없다”며 “북한이 협상을 타결하는 데 있어 지금처럼 열정을 가진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미국이 그동안 사기에 아주 잘 속아왔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나는 속지 않으려고 한다”며 “희망컨대 합의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열린 외무장관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이 대화에 대해 진지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가 진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밝힌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고무됐다”며 “우리는 김 위원장이 합의의 일부로 어떤 새로운 약속을 했는지 이해하고자 이 선언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함께 다양한 신중론이 쏟아졌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새로운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며 “위험부담이 이보다 더 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를 원하고 경제 지원과 인도적 지원을 원하면서도 핵 프로그램의 일부 외관을 유지하길 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도 “이번 (판문점) 선언은 매우 애매모호한 구절이 많다”며 “군사적 행동과 관련해 도발 중단을 포함해 남북이 서로 적대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일부 구절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김정은이 실제로 핵무기를 폐기할 의지가 어느 정도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를 빨리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합의문에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 태평양 소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남북이 합의한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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