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판문점 선언’이 과연 국회 비준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은 비준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부정적이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쉽게 비준에 동의할 경우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권은 4·27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강조하고 판문점 선언 이행의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국회 비준을 추진하기로 했다. 2000년 1차 정상회담의 6·15선언과 2007년 2차 정상회담의 10·4선언은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치지 않았고, 이후 보수 정권에서 이행이 사실상 중단됐던 것을 감안한 조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9일 “정부가 국회에 아직 공식 비준 요청을 하지 않아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국회 비준이 되면 누가 정권을 잡아도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야 하는 구속력이 생겨 평화체제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국회 비준 추진은 제1야당인 한국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라고 공격하는 상황에서, ‘평화세력 대 대결세력’ 구도를 짜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한국당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지배적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비준을 받겠다는 문재인 정권이 정상회담 만찬장에 자기네들 일당 패거리(여당)만 불러 잔치를 하고 김정은에게 아양을 떨었다. 이런 양심불량이 있을 수 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한국당과 ‘민주당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특검’에 공조했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의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당과 유사한 바른미래당이 댓글조작 사건 특검을 민주당이 수용한다면 국회 비준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남북 정상 간 합의문이 국회 비준을 통해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면서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방송법 개정안’ ‘댓글조작 게이트 특검법’을 여당이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평화당, 정의당이 국회 비준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바른미래당까지 동의할 경우 한국당이 반대해도 국회 비준을 위한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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