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합의가 발표된 뒤 미국 워싱턴 조야에선 ‘과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을 놓고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는 “‘완전한 비핵화’의 순간까지 압박을 풀지 않겠다”면서도 북한의 진의에 대해 신뢰하는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싱크탱크 전문가들과 언론, 의회 일각에선 “지금 샴페인을 터뜨릴 때인가”라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에 강한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지만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 비핵화 문제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에 초점을 맞추면서 비핵화 논의의 공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담판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전히 넘겨버린 데 대해 섭섭함을 넘어 불신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 미국을 속이고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멀리 진전돼 온 적이 없다”며 “북한이 협상을 타결하는 데 있어 지금처럼 열정을 가진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9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만났을 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이 우리가 비핵화를 달성하도록 지도를 펼쳐줄 준비가 돼 있다. 매우 잘 준비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의 핵 개발 역사를 지켜봐온 한반도 안보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불신과 함께 다양한 신중론을 쏟아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새로운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도 “이번 (판문점) 선언은 매우 애매모호한 구절이 많다”며 “군사적 행동과 관련해 도발 중단을 포함해 남북이 서로 적대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일부 구절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딘 청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남북 정상회담 성공 후 한국은 축제 분위기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 북-미 정상회담은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세기의 담판이 열릴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는 일단 2곳으로 압축됐다.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매우 좋은 일들이 생길 수 있다. 두 개 나라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까지만 해도 5곳이라고 언급해 스위스 제네바, 스웨덴 스톡홀름, 싱가포르, 몽골, 괌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는데 이 중 3곳이 배제됐다는 뜻이다.
미 언론들은 싱가포르와 몽골이 유력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유럽 도시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가 논스톱으로 갈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괌은 미국령이라 북한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기차로도 갈 수 있는 몽골을, 미국은 싱가포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