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에 있는 ‘궁예도성’… 남북 공동발굴조사 이뤄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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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성 12.5km-내성 7.7km 규모… DMZ 남북정상회담 후 높은 관심
멸종위기 크낙새-장수하늘소 등… 천연기념물 공동연구도 추진 계획

강원 철원군 ‘평화전망대’에 설치된 궁예도성 모형. 문헌자료와 인공위성 사진 등을 토대로 3중성으로 이뤄진 옛 모습을 재현했다. 강원 철원군 제공
강원 철원군 ‘평화전망대’에 설치된 궁예도성 모형. 문헌자료와 인공위성 사진 등을 토대로 3중성으로 이뤄진 옛 모습을 재현했다. 강원 철원군 제공

‘미륵세계를 꿈꾼 궁예(?∼918)의 땅이자 두루미와 저어새, 사향노루 등 멸종위기 1급 동물들이 가득한 곳.’

임진강 하구부터 강원 고성군 명호리까지 907.3km²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는 분단의 상징이자 각종 문화재와 천연기념물이 빼곡한 한반도 문화유산의 보고다. 지난달 27일 DMZ 내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이 일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문화재청은 8일 “향후 문화 분야의 남북 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DMZ에 있는 ‘궁예도성’ 공동발굴조사와 크낙새·장수하늘소 등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에 관한 공동연구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남과 북에 절반씩 위치한 궁예 도성

궁예도성은 DMZ의 가장 대표적인 유적지다.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는 905년 개성에서 철원으로 천도한 뒤 DMZ 일대에 도성을 건립했다. 외성 12.5km, 내성 7.7km, 궁성 1.8km로 이뤄진 엄청난 규모다.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 발굴조사에서 태봉의 궁궐인 포정전(布政殿)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석등이 발견돼 국보 118호(광복 전)로 지정되기도 했다.

학계에선 궁예도성의 위치에 주목하고 있다. 강원 철원군 흥원리 풍천원 일대에 자리한 궁예도성 한가운데를 군사분계선이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공동발굴조사가 이뤄져야만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구조다. 2001년 궁예도성을 현지 조사한 이재 한국국방문화재연구원장(전 육군사관학교 교수)은 “궁예도성의 공동발굴조사를 진행하려면 인근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해야만 가능하다”며 “학술적인 연구뿐 아니라 지뢰 제거 등 물리적인 평화도 가져온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남북협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경기 연천군 학곡리의 고인돌 등 구석기 유적과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대를 격퇴한 철원의 성산성(城山城), 6·25전쟁의 아픔을 머금은 ‘경의선 장단역 죽음의 다리’ 등 한국사를 기억하는 주요 문화재가 가득하다.
천연기념물 제197호 크낙새는 30여 년간 남한에서 발견되지 않았지만 북한 지역에는 수십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천연기념물 제197호 크낙새는 30여 년간 남한에서 발견되지 않았지만 북한 지역에는 수십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 크낙새와 장수하늘소를 다시 볼 수 있을까

65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DMZ는 한반도 자연 생태계의 허브가 됐다. 국립생태원이 2016년 발간한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DMZ 일원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은 총 91종이다. 남한 면적의 1.6%에 불과한 곳에서 국내 멸종위기종의 40% 이상이 서식하는 셈이다.

학계에선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장수하늘소와 크낙새의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 장수하늘소(천연기념물 제218호)는 2014년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발견된 뒤 명맥이 끊겼다. 중국 대륙과 시베리아에서는 볼 수 없고, 우리나라와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만 발견된다. 크낙새(천연기념물 제197호)는 한반도에서만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이대암 영월곤충박물관장은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에서만 발견되는 장수하늘소와 크낙새는 멸종위기라는 시급성과 함께 우리 민족사와 이어지는 역사적 생물들”이라며 “DMZ 내 원시림 등에서 발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남북 공동연구가 가장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혜은 동국대 석좌교수는 “DMZ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아우르는 각종 문화재가 가득한 곳이자 65년간 자연의 생태 회복력을 보여준 세계에서 유일한 장소”라며 “이들을 함께 묶어 복합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비무장지대#궁예도성#크낙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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