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보도통제 논란, 실무진 탓이라는 방심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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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실 자료… 외부개입 확인안돼”, 책임 떠넘기기식 조사결과 발표
실제론 사무총장-위원장에 보고… 일부위원 수정 권고 무시된채 배포
한국당 “꼬리 자르기식 변명 일관… 관련자 직권남용 혐의 고발할 것”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가 지난달 26일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배포해 언론통제 논란이 불거졌던 ‘취재·보도 권고사항’에 대해 “홍보실에서 만든 자료였을 뿐 내외부의 지시나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 대해 과거 ‘보도지침’ 수준의 사전 검열식 자료가 나온 배경에 대한 정확한 설명 없이 ‘실무진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방심위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이 자료는 방송사 간 취재경쟁으로 오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홍보실 담당자가 제안하고 상급자인 홍보실장이 승인해 만든 자료였다”며 “배포 전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사무총장에게 보고가 이뤄졌지만 2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검토가 진행돼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이 보도자료는 이날 오전 11시 21분에 민경중 사무총장에게 문자로 보고됐으며 오전 11시 25분에 강상현 위원장에게 대면 보고된 뒤 11시 36분경 언론에 배포됐다. 보고를 받은 전광삼 상임위원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굳이 배포해야 한다면 부제라도 수정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보도자료는 이미 배포된 뒤였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전직 방심위원은 “홍보담당자가 남북 정상회담처럼 중요한 사안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독단적으로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관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에 위원장이나 사무총장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거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이날 논평에서 “방심위는 그동안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꼬리 자르기’식 변명으로 일관했지만 위원장, 사무총장, 홍보실장 등에게 보고된 뒤 배포된 자료가 어떻게 단순 실수일 수 있느냐”며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사실상 ‘신(新)보도지침’을 승인하고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방심위 홍보실장은 보도자료 배포 당일 국무조정실 소속 공무원과 통화를 했다는 의혹이 있으며, 종합편성채널 담당 심의팀에 모니터링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무조정실이 ‘신보도지침’ 발표 과정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권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다”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향후 강 위원장과 민 사무총장, 성호선 홍보실장, 국무조정실 관련자를 직권남용 및 방송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며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밝혔다.

진상조사태스크포스(TF) 측은 “홍보실장과 국무조정실 사무관의 통화는 보도자료 배포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문의가 왔던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제출된 모니터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지적사항이나 특이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TF는 또 “보도자료 내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했으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이지운 기자
#정상회담#보도통제 논란#실무진 탓#방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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