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훈풍에 접경지 고가낙찰 속출
땅값 뛰자 투자자들 경매로 몰려… 감정가보다 24% 높은 값에 거래도
유찰되던 잡종지-논 등 낙찰 잇따라
경기 파주시, 연천군 등 남북 접경지 토지경매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일반 토지시장가격이 뛰자 일부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고가 낙찰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3일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일 입찰에 부쳐진 연천군 왕징면 소재 토지(1만1922m2)는 첫 경매에서 9770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7869만 원)보다 24% 높은 금액이다. 이 땅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데다 무덤도 여러 기가 있어 사실상 집을 짓거나 경작하기 어려운 땅이지만 남북 관계개선의 훈풍을 타고 땅값이 급등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이달 들어 계속 나오고 있다. 8일 나온 왕징면 민통선 내 잡종지는 감정가(3억1831만 원)보다 약 20% 비싼 3억801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땅은 주택 등 구조물을 지을 수 없는 곳이어서 지난달 경매에서 유찰됐던 곳이다. 이 밖에도 강원 철원군에 있는 밭과 파주시 월롱면의 논도 감정가보다 5∼11% 높은 금액에 낙찰됐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실제 활용가치가 낮아 평소 같으면 수차례 유찰됐을 땅들이 100%가 넘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에 거래되고 있다는 건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이 지역 땅값이 오를 것이라 보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접경지 토지 경매가 부쩍 관심을 끄는 건 이 일대 일반 토지시장이 주목을 받는 데다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많지 않아서다. 파주시 문산읍 한진공인중개사무소 김윤식 대표는 “2월부터 빠르게 오르던 땅값이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 뛰면서 현재 호가가 한 달 전의 2배 수준까지 올랐다”고 했다. 인근 조병욱 태영공인 대표는 “쓸 만한 매물은 다 팔려나간 데다 최근 가격이 급격히 오르며 수요자들이 ‘이 가격에 사도 되나’ 하고 잠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당장 사겠다는 문의는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일반 토지 매매 시장가격이 단기간 급등한 데다 매물도 줄면서 수요가 경매시장으로 옮겨오고 있다”며 “경매 역시 물건이 많지 않아 당분간 고가 낙찰 사례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4월 파주시에서 나온 경매 물건은 월평균 96.3건, 연천군은 45.3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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