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평화수역 논의, 北 천안함-연평도 사과부터 받고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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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협상]軍안팎서 ‘남북 군사회담 의제’ 여론

이달 중 열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우리 군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 북측에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군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다수 장병과 민간인이 희생된 두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없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평화수역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또 다른 충돌의 불씨를 남기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 최근 남북, 북-미 간 급격한 화해 기류도 좋지만 두 도발의 책임 규명이 이대로 묻혀 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도발 사과는 군사적 신뢰 구축의 첫걸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의 주요 의제로 서해 NLL 평화수역화,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논의에 합의했다.

특히 남북 해군 간 잦은 충돌과 교전으로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NLL의 평화수역화 문제는 장성급 회담의 최대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해 NLL 일대에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게 핵심이다. 1차 연평해전(1999년)을 지휘했고, 해군참모총장 시절 서해 NLL과 서해 5도의 군사적 중요성을 강조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관련 논의 준비에 각별히 신경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열리면 양측 간 서해 NLL 논의 과정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군 당국자는 “두 도발이야말로 서해 NLL이 왜 평화수역이 돼야 하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경두 합참의장(공군 대장)이 김정은에게 거수경례를 하지 않은 것도 두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나 반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과 태도다.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의 첫 단추가 불행한 역사의 청산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도발의 책임을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와 진정한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군 내에선 지배적이다. 또 다른 군 당국자는 “우리 군의 사과 요구를 북한이 전격 수용해 관련 입장이나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 비핵화 등 대남 유화 기조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DMZ 내 감시초소(GP)와 중화기 철수를 비롯해 군비 통제와 재래식 군축 등 평화협정에 이르는 군사적 후속 조치 협의도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김영철이 북-미 간 핵심 라인인 여건에선 어려울 수도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런 기대가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천안함 도발과 아무 연관이 없다는 북한의 ‘발뺌 수법’이 달라진 정황이 보이지 않아서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한 북측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평양에 간 예술단과 기자단을 만나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비아냥거린 것에서도 그런 기류가 감지된다. 군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천안함 소행과 민간인을 희생시킨 연평도 도발 책임을 뒤늦게 인정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해 아예 논의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군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화해 분위기를 깨거나 북한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면서 두 도발의 사과 요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군 소식통은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 북-미 간 화해 분위기가 고조된다고 해서 과거의 도발 책임을 어영부영 넘기면 또 다른 ‘패싱’ 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nll평화수역 논의#천안함#연평도 사과#남북 군사회담 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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